10일 오전 11시 30분쯤 광주시 북구 동림동의 한 사설 납골당 지하 1층에서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머니의 유골함을 닦고 있던 김모(50)씨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자주 뵙고자 하는 마음에 가까운 곳에 모셨다”며 “괜히 이곳에 모셨나 후회가 된다”고 울먹였다.
이어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부터 이틀간 5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해당 납골당은 빗물과 인근 영산강에서 밀려든 물로 지하 1층이 완전히 잠겼다.
지상 4층, 지하 1층인 이 납골당에는 유골이 담긴 봉안함 6천여 개가 보관된 상태로, 침수 피해를 본 지하 1층에만 봉안함 1800여 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찾은 납골당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난장판’ 그 자체였다.
침수피해가 발생한 지하의 1층의 경우 특히 심각했다. 지하에 고인 흙탕물은 모두 빠졌지만, 바닥 곳곳에는 고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과 조화와 같은 잔해가 널브러져 있었다. 심지어 침수 피해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아직도 보관대에는 가족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진흙이 잔뜩 묻은 유골함도 있었다.
수많은 유가족들은 이날 흙탕물이 삼켜버린 유골함 등을 닦고 있었다.
어머니의 유골을 안장했다는 김모(60)씨는 “납골당이 침수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건물을 폭파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납골당 측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10일 오전 광주시 북구 동림동의 납골당이 침수되면서 유가족들이 납골당 측과의 대화를 위해 관리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사진=김한영 기자)납골당이 물에 잠겼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하고 달려온 유가족도 있었다.
광주 서구 치평동에 사는 염모(71)씨는 “가슴으로 키운 동생을 최근 이곳에 안치했다”며 “다행히 지상에는 유골함을 보관해 큰 피해는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유골함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한편 유가족과 납골당 측은 지난 9일부터 복구 절차 등에 관련해 논의 중이다. 침수된 유골함을 재화장 후 재봉안할 계획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