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선거전을 펼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마지막 TV토론회에서도 날선 신경전을 펼쳤다.
서로를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인 것은 물론 상대 후보의 말실수나 상대 진영의 과거 행보에 대한 비난 또한 오갔다.
포문은 박 후보가 열었다.
박 후보는 상호 정책검증 시간에 오 후보가 자신의 공약 예산에 대해 “지난번 토론 때는 5년간 4조원이 든다더니 매니페스토에는 1년에 4조원이라고 제출했다. 5년간 4조원인지, 1년간 4조원인지를 헷갈리고 말씀하셨다”고 지적하자 “1년 2개월의 임기를 시작해서 그렇게 예산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항상 계산을 틀리게 하고 오시니까 주의해주시면 좋겠다”고 맞대응했다.
이에 오 후보가 “설마 미리 계산을 하고 오는 것을 틀리겠느냐”고 반박하자 “지난번에는 계산하고 온 것도 모르지 않았나. 임대료 평균값도 모르지 않았느냐”고 거듭 몰아붙였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예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 시작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최근 가장 큰 이슈로 부각한 오 후보의 내곡동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거센 표현들이 오갔다.
오 후보가 “수사를 해야 한다. 대질심문만 하면 다 밝혀진다”고 말하자 박 후보는 “지금 BBK와 똑같은 형국을 만들려고 그러시는 것이다. 이명박의 BBK, 사과하셨냐”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오 후보가 “그건 제가 알 바가 아니다. BBK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제가 왜 설명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자 “이렇게 거짓말하고 대통령이 됐다. 이명박 시장과 한 세트였지 않나.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는 (오 후보가) 시장이었다”며 거듭 내곡동 의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의혹과 닮은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가 “거짓말을 한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르칠 것이 없다”며 오 후보를 비판하자, 이번에는 오 후보가 “거짓말이라고 하면 거꾸로 박 후보가 거짓말의 본체라고 생각한다”고 공격에 나섰다.
오 후보는 “박 후보의 존체 자체가 거짓말 아닌가. 후보를 안 내기로 하지 않았느냐”며 “규정까지 바꾸면서 나온 것 자체가 그렇지 않느냐”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윤창원 기자이에 박 후보는 “상대 후보에 대해서 존재 자체가 거짓말이라는 것은 아주 몹쓸 이야기다”라며 “오 후보는 거짓말장이다. 실질적으로 증거가 나오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오 후보는 “지금까지 계속 오세훈은 거짓말쟁이라고 한 게 누군가. 본인은 거짓말쟁이라고 해도 되고 저는 거짓말쟁이라고 하면 안 되느냐”며 “존재 자체가 거짓말 아니냐”고 거듭 박 후보의 출마 자체가 문제가 크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당대표를 지낸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을 박 후보가 아닌 오 후보가 활용하는 모습도 있었다.
오 후보는 “이해찬 전 대표께서 그러셨다. ‘오 시장이 시장되기 전에 현장에 간 것이 무슨 이해관계 충돌이냐'”라며 “그런 민주당 대표의 말씀도 박 후보가 존중하시면 좋겠다. 그 분이 제대로 판단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가 민생질의 시간에 내곡동 의혹을 다시 언급한 데 대해 오 후보가 “내곡동 땅이 민생하고 어떻게 연결되냐”고 묻자, 박 후보는 “다 민생하고 관련이 있어 질문 드리는 것이다. 집값이 민생하고 관련이 없느냐”고 반박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윤창원 기자오 후보의 “혹시 생태탕 때문에 관계가 되나. 생태탕 매출하고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후보가 “그럴 수 있겠다.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하면서는 두 후보가 모두 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두 후보는 ‘독재자’라는 표현을 가지고도 설전을 펼쳤다.
박 후보가 전광훈 목사가 주최한 집회에 참석했던 오 후보의 사진을 가리키며 “뭐라고 하셨느냐”고 묻자, 오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독재자라는 말씀을 했다”고 답했다.
오 후보가 독재자의 의미를 “야당을 무시하는 것.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자, 박 후보는 “독재가 굉장히 쉬워졌다. 그러면 오 시장처럼 용산참사를 일으킨 사람은 뭡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에 오 후보는 “국민은 전부 경제가 어렵다고 피눈물이 나는데 당시 대통령께서 ‘경제는 아무 문제없다’고 말씀하셨다. 집값도 오르는데 ‘집값도 문제없다’고 말씀하셨다”며 “귀 닫은 분이 독재자가 아니면 누가 독재자냐. 그것도 여러 번 말씀하셨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대통령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서민은 어렵지만 당시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다 힘들었을 상황이었다”며 “OECD가 우리나라를 모범국이라고 했다”고 반박했다.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CBS크리스천노컷뉴스 유튜브 채널 캡처그러면서 “질문에 답해 달라. 전광훈 목사, 태극기 세력과 함께 하시냐, 안 하시느냐.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실거냐”고 묻자 오 후보는 “그걸 어떻게 지금 말씀드리나. 또 이런(국민 목소리에 귀를 닫는) 일이 생기도록 하려는 것이냐”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박 후보가 전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를 “사랑의 교회”라고 잘못 표현하자 오 후보는 “지금 사랑의 교회라고 하셨느냐”고 물었고, 다시 박 후보는 “전 목사의 교회다. 사랑의 제일교회인가 뭐 그렇다”고 답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두 후보 간 신경전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다른 정치인들의 간접적인 피해도 부수적으로 발생했다.
박 후보는 과거 파이시티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던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이 오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오 후보가 부적절한 인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예총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 시작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그러자 오 후보는 “그렇게 따지만 민주당의 이광재 전 지사, 안희정 전 지사, 박지원 국정원장, 이런 분들 다 실형을 살고 나오지 않았느냐”며 현 정부와 여당의 인사도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박 후보는 “그 분들은 서울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여기는 서울시와 관련이 있어서 여쭤보는 것”이라고 답해 서울시만을 문제 삼았다.
오 후보는 답변 과정에서 생존해 있는 안 전 지사를 “돌아가신 안희정 지사”로 잘못 표현하기도 했다.
부드러운 토론을 위해 사회자가 상대 후보를 향해 칭찬하는 시간을 마련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박 후보는 “오 후보를 칭찬할 만큼 오 후보와 공유한 시간이 없었다”며 “방송경험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언변이 뛰어나다”고 답했다.
이어 “패션 감각이 다른 분보다 뛰어나 스탠딩 토론을 굉장히 좋아하신다. 오늘도 굉장히 고집하셨다고 들었다”며 칭찬인지 지적인지 분간이 쉽지 않게 발언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