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각 지역별로 시행하던 코로나19 봉쇄령이 차츰 느슨해지고 있다. 때마침 다가온 화창한 봄날은 집안에서 감옥처럼 생활했던 시민들을 공원과 해변으로 불러내고 있다.
문제는 덩달아 느슨해진 경각심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활보하는 시민들이 늘어나자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을 뿐아니라 전문가들은 ‘슬로우번(slow burn), 즉 서서히 타다가 2차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등도 켜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공원과 산책로, 해변에는 휴일을 맞아 나들이객들로 북적였다.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에는 소풍인파가 몰려들었고 뉴저지주의 리버티 주립공원에도 행락객들이 몰렸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야외공원과 플로리다주의 해변에도 인파로 북적였다.
뉴욕타임스는 “날이 따뜻해지면서 코로나19 자택 대피령에 지친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밖으로 나섰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나들이객들이 대거 쏟아지자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외부에 나가더라도 사회적으로 책임성 있게 행동해 달라”며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고했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의 추가확산을 경고하는 또다른 기사에서 “몇몇 주에서 이동제한을 완화하는 가운데 슬로우번(slow burn)의 위협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코로나19가 미국 내에서 계속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바이러스를 봉쇄하려는 노력이 불완전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향후 수개월 내에 신규확진자와 신규 사망자의 물결에 직면하게 될지 모를 여러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경고를 실었다.
스콧 고트립 전 FDA국장은 “자가격리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감염증 확산을 완화하는데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작동하지는 않았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 프로그램에서 “몇몇 주에서 시작한 이동제한 완화 조치로 일리노이, 텍사스, 메릴랜드를 포함한 20개 주에서 확진자 발생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전국에서 하루 2~3만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오고 하루 1천명의 사망자가 꾸준히 나오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슬로우번’은 바로 이런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슬로우번이 대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 전 FDA국장 “언제든 뉴 팬데믹 가능”
고트립 전 국장은 “이렇게 서서히 비등하다가 마침내 새로운 팬데믹으로 폭발하는 상황을 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좀더 확실히 없애지 않고 시민들이 감염되기 시작한다면 언제든 2차 폭발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자문관인 데보라 벅스 박사는 지난주 미시간주 의사당에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여 경제활동 중단방침을 5월 말까지 연장하려는 주지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데 대해 “매우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벅스 박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여러분들이 집에 가서 함께 거주하는 조부모들을 감염시키고, 그 결과 그들이 불행한 상태에 빠진다면 평생 죄의식을 갖고 살게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미국내 일부 주에서 너무 일찍 경제활동 재개를 시작해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는 “각자가 지역사회 내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사례를 추적하고 보건당국이 제시하는 예방조치를 철저히 준수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철저한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과 같은 예방조치를 잘 지키고, 만약 의심증상이 나타난다면 당국의 1단계, 2단계 개방조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가격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