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이 공식 등록됐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밝혔다.
11일(현지시간) 타스 통신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원격 내각회의에서 “오늘 아침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등록됐다. 그것은 상당히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지속적인 면역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백신이 필요한 모든 검증 절차를 거쳤다고 밝히고, 인간 아데노바이러스에 기반해 만들어졌으며 효능이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의 두 딸 중 1명도 임상 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받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등록된 백신의 양산이 조만간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원하는 사람 모두가 접종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신접종은 자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부 장관은 “오늘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센터가 개발한 백신의 국가등록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임상시험이 높은 효능과 안전성을 보여줬다고 부연설명했다.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그동안 러시아 국방부 산하 제48 중앙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왔다.
1차 임상시험은 모스크바의 세체노프 의대와 부르덴코 군사병원에서 각각 38명씩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지난달 중순 마무리됐다.
이후 실시된 것으로 알려진 2차 임상시험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백신 생산은 가말레야 센터와 현지 제약사 ‘빈노파름’이 맡을 예정이며, 직접투자펀드인 RDIF측이 생산 및 해외 공급에 필요한 투자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무라슈코 장관은 밝혔다.
조만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단계적 접종이 시작된다. 무라슈코 장관은 감염 고위험군에 속하는 의료진과 교사 등에게 우선적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러시아 보건부는 “2회 접종으로 백신이 장기간의 면역을 형성하도록 해줄 것”이라면서 “임상시험 결과는 면역이 2년까지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첫 등록된 백신의 이름은 지난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1호의 이름을 차용해 ‘스푸트니크 V'(Sputnik V)로 명명됐다.
당시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미국은 구소련의 인공위성 발사에 충격을 받았고, 1960년대 펼쳐진 미·소 우주경쟁 시대의 도화선이 됐다.
화이자 백신 임상시험 (사진=연합뉴스)타스 통신은 1순위인 의료진 접종이 이달 말이나 9월 초에 시작되고 백신 시판은 내년 1월 1일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RDIF 대표는 “백신 등록 이후 곧바로 3차 임상시험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10월부터는 일반인 자원자를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된다.
러시아는 3차 임상시험을 러시아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나라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RDIF는 20개국으로부터 10억회 이상 분량의 사전 구매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1호 욕심에 러시아의 백신 등록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효능이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2차 임상시험의 구체적인 자료도 공개되지 않았다.
서방에선 통상 수천~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1~3차 임상 시험을 실시한 뒤에야 백신의 공식 등록과 양산, 일반인 접종을 시작한다.
3상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러시아의 과속 등록은 마치 문을 닫지도 않은 채 차를 출발시키는 일종의 ‘개문발차’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해외는 물론 러시아 내부에서도 성급한 백신 접종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