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 발행과 관련해 새해 들어 법률 정비에 착수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디지털화폐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고 다른 주요국들도 디지털화폐 개발‧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가상환경에서의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시험) 체계가 가동될 예정이다. 앞으로 디지털화폐가 도입되면 법정통화의 지위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화폐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이 전자 형태로 발행한다.
CBDC를 발행하기 위해선 관련법을 손봐야 한다. 먼저 CBCD와 가상화폐간 구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CBDC가 가상자산에 포함되지 않도록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 화폐를 지폐와 동전으로만 정의한 한은법을 고쳐야 한다. CBDC의 위‧변조를 처벌하고 압류‧취득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한은은 올해 CBDC와 관련한 법률·제도적 정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2월 전담 조직을 꾸리고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과 테스트 등을 위한 선행 연구에 돌입했다. 이후 법적 이슈와 법률 재개정에 필요한 사항을 검토하기 위해 외부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한은 금융결제국 윤성관 디지털화폐연구팀장은 “현금사용이 줄어드는 추세고 갈수록 현금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중앙은행은 현금과 같은 공공재 성격의 안전한 지급수단을 제공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만큼 미래사회 대비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그러면서 “미래사회에서도 현금이 가지고 있는 고유기능이 있어 당연히 현금은 발행될 것”이라며 “현금 대체재가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사용하는 데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보완적인 기능으로써 CBDC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들도 디지털화폐 발행에 본격 나서고 있다.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최대 명절인 춘절(음력 설)을 앞두고 대규모로 온라인 세뱃돈을 뿌리며 디지털 위안화 보급에 나서고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위안화 결제 테스트를 진행한 뒤 사용처를 크게 늘리고 있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 본격 나선 배경에는 미국과의 패권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여 기축통화인 달러화 패권을 무너뜨리겠다는 야심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미국은 지난해 8월부터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이 MIT(매사추세츠공대)와 디지털 달러 공동 개발에 나섰다.
유럽은 지난해 11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디지털 유로 발행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고 수년 안에 시범 운영에 나설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디지털 화폐 검토를 공식화한데 이어 올 2분기부터 소규모 디지털 화폐 시범 운용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sjchoi@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