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19일(현지시간) 장시간 기자회견을 했다.2시간 가까이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그러나 기대와 달리 북한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오후 4시부터 1시간 정도 예정돼 있었다.
사전 정해진 질문이 끝나고 바이든 대통령은 즉석에서 여러 질문을 자유롭게 받았다.
주로 미국내 뜨거운 감자인 인플레이션 문제, 그와 관련한 공급망 문제, 코로나19 통제 방안, 투표권 확대법, 인프라 확충 방안, 올해 연말 중간선거 등의 이슈가 주로 거론됐다.게 중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치매설, 국정운영의 좌경화 등 날 선 질문도 적지 않았다.
국제문제로는 임박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그러나 111분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북한 관련 질문과 답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예상을 빗나갔다.
CNN는 이날 기자회견을 앞두고 예상되는 10대 주제로 북한 미사일 문제를 꼽았던 상황이었다.
북한이 2022년 쏴올린 미사일. 왼쪽부터 각각 5일·11일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14일·17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모습. 뉴스1 제공 이유는 뭘까.
돌이켜 보면 북한문제는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는 질문이다.
백악관이든 국무부든 국방부든 북한 핵문제에 관련된 질문을 해 본들 나오는 답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같다.
북한 미사일 관련해서도 답은 동어반복이었다.
규탄하고, 유엔 결의 위반이고, 그럼에도 외교적 접근을 유지하고, 이를 위해 한미일 동맹간 찰떡 공조한다는 답변이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반복된다.
기사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답변들이다.
따라서 새로운 답변을 추구하는 기자들로서는 기사가 될 만한 ‘다른 이슈’를 질문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마찬가지로 북한이 아무리 미사일을 쏜 들 ‘시급한’ 이슈가 아니라는 것을 기자들이 체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관심 끌기용’이라고 이미 천기누설을 해버린 상황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연합뉴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다면 북한의 도발은 시급히 꺼야할 ‘불’로 인식됐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을 완성해 핵 억지력을 갖춘 만큼 미국과 핵균형을 맞췄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마땅한 카드도 남아있는 게 없다.
일각에서는 더 강력한 제제를 가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다.
북한의 첨단 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수십년간 제재를 가했지만 제재는 백약무효로 이미 판명이 났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로 북한 스스로 2년 가까이 문을 걸어 잠그고 ‘셀프제재’를 해왔던 상황이다.
특히나 제재가 효과를 거두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지금은 미중간의 전례 없는 갈등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제재의 구멍을 메우기는 더더욱 어렵다.
워싱턴 정가에서 대북제재 무용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들의 언론공학적 접근 때문이 아닌 북핵문제의 본질적 가치가 변한 때문일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주군인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후임자에게 업무를 인계하면서 북한 문제가 가장 골치 아픈 문제가 될 거라고 했었다.
그 만큼 북핵문제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최대 숙제였다.
그러나 누구도 해묵은 숙제를 풀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버리면서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가로 발전했다.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을 3차례나 하면서 북한의 지도자가 ‘미치광이’가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핵단추를 막무가내로 누르지 않을 거라는 믿음도 생겼다.
그렇다면 북핵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국이 반드시, 시급히 풀어야할 수수께끼가 아님이 증명된 것은 아닐까?
아니면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백지’위에 다시 그려야하는 상황은 아닐까?
2022년 백악관 연두 기자회견은 이렇게 여러 의문을 남긴다. WIN TV HOT NEWS 847.290.8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