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을 통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15년부터 지난달까지 대학에서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원 199명 중 51.8%에 해당하는 103명이 파면 및 해임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절반은 정직이나 감봉, 견책 등 경징계를 받았다. 학교 측의 서면 경고만으로 일을 매듭지은 경우도 있었다. 이 통계는 국내 4년제 대학 80곳의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고려대나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 한국외대,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들은 교육부의 자료 제출 요구를 특별한 이유 없이 거절했다.
추행이나 희롱보다 법정형 자체가 높은 성폭행을 저지르고도 ‘정직’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서울대는 지난 2017년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지른 부교수에게 정직 1개월, 안동대도 지난해 성폭행으로 징계를 받은 부교수에게 정직 3개월을 처분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아예 중징계가 지난 5년 동안 한 건도 없었던 사례가 있다. 숙명여대는 2017년 성추행 교수에게 정직 3개월을 처분했고, 2018년에는 성추행 부교수에게 감봉 2개월을 내렸다. 가해자로부터 사과문을 받거나 공개 사과를 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중앙대와 부산대, 성신여대 등도 일부 성추행 교수들에게 정직 처분을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대학 교원의 ‘정직’ 처분 기간이 최대 3개월이라는 점이다. 정직 처분을 받은 수많은 가해 교수들이 몇 달 뒤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구조인 것이다.
잘못된 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 교원 정직 기간을 3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하는 규정을 의결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원안대로 되돌리라’고 회신했다.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 사안까지 정직을 주는 식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과 사립학교법과의 충돌 문제가 있다는 것이 교육부 입장이다.
교원 성비위에 대한 학교 측의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 내 권력형 성폭력 해결을 위한 대학가 공동대응단’ 홍류서연 단장은 “특히 가해자가 교원인 권력형 범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이 필요하지만, 막상 학교 측의 성비위 대응 태도를 보면 황당한 수준이다”며 “가해 교수 개인 사정이 있어 조사를 몇 달씩 미루거나 피해 학생과 공간 분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징계위원회의 구성 자체가 교수·남성 위주여서 객관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서울대나 중앙대 등 주요 대학 징계위원회에는 학생이 참여할 수 없는 구조다. ‘교원징계위 제도개선 대학가 공동대응’에서 활동하는 성신여대 김규미씨는 “성신여대의 경우 최근 교원징계위에 학생 1명이 참여하지만, 너무 적다. 다른 학교는 학생 참여 자체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구성원 80~90%가 남성인 점도 문제다”라고 짚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대학마다 권력형 성범죄에 대처하는 수준이나 처리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학내 성희롱·성폭력 문제 대응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며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를 의무화하고, 가해 교수 정직 기간을 늘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