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진앙’이었던 뉴욕에서 백신 접종에 가장 적극적인 시민들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뉴욕시 자료를 인용해 아시아계 성인 주민의 68%가 최소 1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모든 인종그룹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백인이 49%로 아시아계에 상당히 뒤진 2위로 집계됐다.
다수의 아시아계가 백신 접종 예약과 관련 정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언어 또는 인터넷을 비롯한 기술 장벽에 부딪힌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결과다.
특히 상당수 아시아계 주민들이 최근 급증하는 증오범죄와 불법이민 적발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처럼 높은 접종률은 더욱 주목된다.
이러한 장벽을 뛰어넘어 아시아계가 백신을 맞이 접종한 것은 출신 지역별 비영리단체들의 도움 덕분이다.
NYT에 따르면 뉴욕시 브롱크스에 혼자 사는 베트남계 할머니 풍 은구옌(77)은 영어를 할 줄 모르고 도와줄 가족도 없는 형편이지만 동남아 출신 주민들을 돕는 비영리단체 ‘메콩 NYC’의 도움으로 백신 예약과 접종을 해결할 수 있었다.
뉴욕 최대 아시아계 단체인 ‘중국계 미국인 기획위원회'(CAPC)도 최근 백신 예약을 원격으로 도와주기 시작했다.
한인 단체인 ‘뉴욕가정상담소’ 역시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등의 본업 외에 코로나19 진단검사와 백신 접종 등에 관한 지원 업무에 나섰다. 이 단체는 한인 교회들 앞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한인들의 백신 예약을 돕거나 전화로도 관련 상담을 해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뉴욕가정상담소로 걸려오는 핫라인 전화 건수가 300% 증가했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다만 아시아계 주민들의 높은 백신 접종률은 아시아계 전체가 ‘모범적 소수민족’이라는 편견을 영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시아계는 언어 등의 문제로 백신 정보 접근성에 떨어지는 데다 미국의 여러 인종그룹 가운데서도 소득 격차가 가장 크지만, 결과적으로 접종률만 보면 마치 아무런 문제를 겪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