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1400만여 명을 보유한 중국 유튜버 리쯔치(李子柒)가 김치를 담그는 동영상을 올린 뒤 ‘중국음식(#ChineseFood)’이라고 소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중국 농촌에서 음식재료 등을 직접 수확해 음식을 만드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리쯔치는 지난 9일 ‘라이프 시리즈: 무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19분 32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보면 그는 직접 수확한 배추를 손질한 뒤 소금에 담가 절였다. 이후 고춧가루 등으로 만든 김치속 양념을 배추에 묻혔고 펄펄 끓는 가마솥에 김치를 넣어 국물 요리를 만들기도 했다.
문제는 영상 설명란에 ‘#ChineseCuisine(전통중국요리)’, ‘#ChineseFood(중국음식)’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영상에 나오는 음식들이 모두 중국 전통음식인 것처럼 소개한 것이다. 해당 영상은 하루만에 조회수 300만여 회, ‘좋아요’ 약 17만개를 기록했다.
이를 접한 한국인 구독자들은 즉각 반발하며 리쯔치 채널 구독을 해지하고 있다. 문제의 영상에 ‘싫어요’도 2만개에 육박한다.
한 한국인 구독자는 “영상이 예뻐서 구독해서 보고 있었다”며 “프리미엄(유료서비스)으로 볼 정도로 유튜브만 보는데 영상물 신고하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구독자는 “정보 좀 알아보고 영상 찍으면 좋겠다. 댓글 봤는데도 혹시나해서 시청했는데 진짜 한국김치를 만들고 있었다”며 “김치는 한국의 전통음식일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도 담아 있는 것으로 절대 중국음식이 아니니 착각하지 마라. 이제 구독 취소한다”고 썼다.
구독자가 아닌 한국인들도 채널에 찾아와 “전세계가 김치는 한국 것이라 인정했다”, “당당함에 어이가 없다”, “적어도 한국음식이라는 점을 밝혀야 한다”, “내가 중국인이었다면 부끄러웠을 것”, “이것은 역사왜곡” 등 비판 댓글을 줄이어 달았다.
오히려 한국에서 유학중인 한 중국인이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는 “댓글 대부분을 봤는데 사실은 이렇지 않다. 중국인 대부분이 김치는 한국 음식이라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리쯔치 유튜브 채널 캡처한국 누리꾼이 유독 리쯔치 영상에 발끈한 이유는 그동안 중국이 역사를 왜곡하는 시도를 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동북공정(중국의 국경 안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연구 프로젝트)으로 고구려를 자국 역사에 편입하려 시도했고 6·25 한국전쟁을 ‘항미원조'(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지원한 전쟁)라고 부르는 등 꾸준히 역사 왜곡을 해왔다.
한국 음식·문화를 둘러싸고 중국이 논란을 일으킨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지난해 11월 쓰촨(四川)의 염장채소 음식인 파오차이(泡菜)가 국제표준화기구(ISO) 인가를 받았다면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굴욕을 당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영상이 중국 공산당의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구시보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해 8월 16일 리쯔치가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소속이 됐다고 보도했다. 공청단은 중국공산당이 지도하는 대중조직이다.
기사에선 “유튜버 리쯔치 등 유명인사들이 공청단 소속이 됐다”며 “리쯔치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 공청단에 소속될 자격이 있다”고 썼다.
리쯔치 유튜브 채널 캡처리쯔치가 중국에선 금지된 유튜브(구독자 1400만명)와 페이스북(팔로워 400만명)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것도 중국 공산당의 도움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리쯔치 채널 영상 장면은 상당한 수준이다.
미국 정부의 국영 국제방송 VOA는 ‘중국은 소프트파워(정보과학이나 문화 ·예술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를 위해 재능있는 유명인들을 활용하고 있다’며 그 대표격으로 리쯔치를 소개하기도 했다.
리쯔치의 유튜브 구독자(1400만명)는 Fox(672만명), BBC(903만명) 등 유명 뉴스채널보다도 높은 수치로 중국에서 유튜브가 금지된 점을 감안하면 중국 외 국가 구독자가 다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리쯔치의 영상 조회수는 최소 천만~5천만회 정도라 파급력도 상당한 편이다.
한편 리쯔치는 3년 전에도 김치를 만드는 영상을 찍어 올린적이 있는데 당시엔 제목에 ‘kimchi’라는 이름과 함께 김치가 옌볜지역 한국인들의 음식이라는 점을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