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펴낸 출판사 ‘민족사랑방’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국가보안법(국보법) 폐지 국민동의청원 운동을 주도한 시민사회계는 “시대착오적 딴지 걸기”라며 수사당국을 규탄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소재 민족사랑방 사무실과 김승균 대표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출판물과 관련된 복수의 장소를 압수수색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청은 지난달 22일 김 주석의 회고록이 국보법을 위반했다는 취지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안보수사대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고발인은 지난달 말 해당 서적의 판매 및 배포를 금지해달라며 서울서부지법에 가처분소송을 제기한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NPK)와는 다른 단체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1차적으로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해당 서적의 출판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주노총,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시민사회계가 모인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폐지행동)은 즉각 성명을 통해 “공안 당국은 시대착오적 출판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폐지행동은 “‘세기와 더불어’ 출판 문제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자세는 촛불항쟁 이후 성숙한 사회적 인식을 보여주었다”며 “(야당인) 국민의힘에서조차 ‘문제삼지 말자’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고 일부 반북(反北) 단체들이 낸 판매·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으며 국보법 폐지 10만 국민동의청원은 열흘도 되지 않아 10만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압수수색은 얼마 전 이뤄진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 구속에 이어, 이러한 현실을 거부하고 우리 사회를 국보법이 날뛰는 과거로 되돌아가게 하려는 공안 당국의 ‘시대착오적 딴지 걸기’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안 당국의 국보법 유지 시도를 강력 규탄하며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탄압의 중단과 국보법 폐지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김일성 회고록’ 출판사 압수수색 마친 경찰. 연합뉴스민족사랑방이 지난달 1일 출간한 ‘세기와 더불어’는 과거 북한 조선노동당출판사가 펴낸 원전을 그대로 옮긴 데다 통일부 등 당국의 사전 협의 및 반입 승인 없이 출판된 것으로 드러나 위법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교보문고는 지난달 말 온·오프라인 판매를 중단했고 예스24·알라딘·인터파크 등 주요 온라인서점도 판매를 중단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3일 “이 서적이 국가보안법에서 소지·판매·배포 등을 할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는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행위가 채권자들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사전적으로 이 사건 행위가 금지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NPK 등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한편, 폐지행동이 주도한 국보법 폐지 관련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지난 19일 9일 만에 10만 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