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미국 동포들 “왜 트럼프 지지하냐구요?”

2020년 미국 대선도 2016년 대선 때처럼 여론조사가 빗나갈까? 대통령 당선 예측만큼이나 흥미로운 분석 지점이다. 여론 조사로는 큰 폭의 격차가 이어지고 있지만 누구도 바이든의 당선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있는 트럼프 지지자들인 ‘샤이 트럼프’는 여전할까? 미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늠해본다.[편집자]

미국으로 이주한 우리 동포들이 대부분 회원으로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지난 8월 미국 대선 후보들을 놓고 일종의 품평회가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두 후보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관한 생각들이 익명으로 올라왔다.

전체 50개의 글 가운데 △트럼프를 지지한다거나 △주변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더 많다거나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거라는 글이 41개로 압도적이었다.(A그룹)

나머지 9개의 글은 △트럼프를 반대한다거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B그룹)

A그룹의 글은 △트럼프 지지하면 정신 나간 사람 취급 받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지지한다 △미국내 주요 언론이 편파보도하고 있다 △그런 미국 언론을 한국 언론이 그대로 중계해서 한국에도 잘 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트럼프 지지한다고 하면 인종차별자로 취급받아 친한 사람 아니면 트럼프 지지 이야기를 잘 안한다 △주변엔 마음속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숨은 지지자들이 많은 거 같더라 등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이 글들 가운데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를 따로 간추리면 이렇다.

트럼프 지지 이유
△세금 낮추고, 일자리 지켜줘서
△중국을 견제하는 게 좋아서
△불법이민자 차단해서
△한국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허물도 많지만 경제 문제 잘해서
△트럼프의 정책이 좋아서
△미국 국익을 생각해서
△법과 질서를 중시해서
△바이든도 좋은 사람 아니라서
△민주당이 일본을 좋아하기 때문에

B그룹의 글 가운데는 △트럼프 지지하다 코로나 대응에 실망해 바이든 지지로 돌아선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한국 사람들이 트럼프를 그렇게 많이 지지하는 줄 몰랐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미국을 뜨고 싶다 등의 글이 눈에 띈다.

트럼프를 싫어하는 ‘이유’로 꼽히는 것들은 이렇다.

트럼프 반대 이유
△지도자감이 못돼서
△트럼프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서
△코로나 대응 못해서
△이민자 정책 싫어서
△인품이 떨어져서
△막말을 해서

물론 이들 트럼프 지지자들 말대로 생각을 말 못하고 억눌려 살다보니 익명의 공간에 ‘더’ 많은 글을 올렸을 수도 있다.

(사진=권민철 특파원)하지만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비슷한 말을 하는 동포들을 접하기도 어렵지 않다.

아래는 기자가 접촉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견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견
△박선근(조지아)
“트럼프 대통령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다. 국민들에게 많이 돌려줬다. 세금 돌려줬고, (외국으로 나간) 일자리도 돌려줬다. 과거 정부가 세금 높이면서 기업들이 세금 안내려고 전부 해외(중국)로 기업을 이전시켰다. 그 것을 트럼프는 되돌려 놨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57년 만에 최저 실업률을 기록했었다. 경제가 살면서 달러가치가 높아졌고 그러면서 미국인들의 삶의 질도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사업을 하는 것처럼 국가를 경영했다. 미국에서 사업하려면 법을 지켜야 한다. 안 그러면 어렵다. 트럼프가 사업가다 보니 미국의 부패에도 눈감기가 어려웠을 거다. 워싱턴 정가가 얼마나 썩었나? 미국은 로비스트의 나라다. 그들이 정부나 의회와 결탁해 국가를 컨트롤 한다. 조 바이든 후보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무리에 들어가 있지 않은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부패척결에 적임자다. 그 일을 4년 만에 하긴 힘들다. 4년 더 대통령을 해야 하는 이유다.”

△A씨(텍사스)
“트럼프 대통령이 실수한 거라면 코로나19 문제 잘 못 푼 것일 거다. 하지만 코로나는 중국에서 생겨난 거다. 이런 일 있으면 지도자가 욕을 먹게 돼 있다. 그 것 빼고는 잘 못한 건 없는 거 같다. 사실 코로나 문제는 중국이 사과를 해야 할 문제다. 코로나 말고도 중국은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하나. 홍콩 공산화 시켰지, 티벳 인권 유린 하지. 바이든이 그런 중국과 가까이 지내 온 게 미운 거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중국은 더 설칠 것이다. 한국계 뿐 아니라 베트남계도 트럼프를 많이 지지하는 것도 중국 때문이다. 안그래도 중국이 싫은데 트럼프가 중국 혼내주니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다. 히스패닉도 미디어에 나온 것과 달리 트럼프 좋아하는 사람 많다. 흑인 문제로 미국이 너무 흔들리는 것에 대한 반발 심리다. 이런 것을 미디어들은 잘 모른다. 물론 트럼프에게 거친 면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을 성격 보고 뽑나? 정책 보고 뽑는 거다.”

△C씨(위스콘신)
“흑인 소요사태가 많아 피해를 본 한인들이 많다. 경찰력이 약화된 만큼 자위권 차원에서라도 총기 소유가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한인들이 많다. 총기 소유, 종교문제, 낙태 문제 등을 고리로 트럼프를 지지하게 된 한인들이 많은 거 같다. 그렇지만 대 놓고 지지하진 못하는 거 같다. 샤이 코리안들이다. 알고보면 이민정책도 불법체류 때문에 엄격해 진 거다. 불법체류자 단속되면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한국 유학생 같은 사람들 더 좋아진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4년간 일을 많이 했다. 제조업체 유치 많이 했고 일자리 많이 만들었다. 미국 경제를 살렸다. 어느 대통령 보다 ‘외국’이 아닌 ‘미국’을 위해 일 많이 했다. 그런데도 비판받는 게 안타깝다.”

△B씨(버지니아)
“트럼프 대통령 되면서 사업하기가 더 편해졌다. 그러나 대통령이 바뀌면 사업 환경이 다시 바뀐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해서 더 좋아질 건 없다. 한국과의 관계도 그렇다. 대통령이 바뀌면 한국 정부가 그 동안 맺어온 미국과의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한국으로서도 손실이다. 북한문제도 그렇다. 그나마 북미관계를 이 정도로 발전시켜놨는데, 대통령이 바뀌면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바이든 후보도 깨끗하지 않은 사람이다. 아들 헌터 사건만 봐도 구린 게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