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초등학생 형제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나는 바람에 중화상을 입어 사흘째 중태다. 아이들은 화재 직후 119에 연신 ‘살려달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형제의 어머니는 평소 우울증과 불안증세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돌봄 사각지대에 놓은 아이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 사건을 언급하며 “서두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비대면 수업에 급식 대신 집에서 라면 끓이던 초등학생 형제 ‘참변’
17일 경찰과 소방당국,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11시 1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빌라에서 A(10)군과 B(8)군이 라면을 끓여 먹던 중 불이 나 형제 모두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119에 화재 신고를 했지만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집 주소를 말하고는 “살려주세요”만 계속 외쳤다.
소방당국은 A군이 말한 빌라 이름이 같은 동네에 여러 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자 휴대전화 위치 추적 끝에 화재 장소를 파악하고 진화 작업을 벌여 10분 만에 불길을 잡았다.
그러나 이미 형제는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쳐 서울 모 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군은 전신 40% 화상을 입었고, B군은 5% 화상을 입었지만 장기 등을 다쳐 위중한 상태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셋이 사는 이들 형제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한 날이어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의 어머니, 자녀 방치해 최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 송치
더구나 이 형제의 어머니는 그동안 자녀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찰은 이 형제의 어머니 C(30)씨가 이들 형제를 방임학대한 것을 확인하고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최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2018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C씨가 아이들을 방치한다는 내용의 이웃 신고가 3차례 접수됐다. 인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C씨가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보이고 경제적 형편상 방임의 우려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또 인천가정법원에 어머니와 아이들을 격리해달라는 피해아동 보호명령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지난달 말 C씨는 6개월, 자녀들은 1년간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 판결을 내렸다.
◇정세균 “코로나19 돌봄 사각지대 아이들 위한 대책 마련 서두르겠다”
이번 사건을 놓고 코로나19 시대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A군 형제가 다니던 학교도 돌봄교실을 운영 중이었으나 이들 형제는 돌봄을 따로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시교육청은 돌봄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적극적으로 돌봄교실 이용을 안내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인천SOS긴급복지 의료비 지원 및 간병지원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검토해 지원하라고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정부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서두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