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급했나…이준석 없는 날 서둘러 입당한 윤, 왜?

지지율 소강세와 네거티브 공세로 어려움을 겪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국민의힘에 조기입당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입당을 압박하던 당 지도부의 뜻을 따라 온 게 아니라 ‘윤석열의 의지’로 입당했음을 강조하고, 아내 김건희씨에 대한 공세 등 네거티브 국면에서 당 차원의 지원을받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이른 아침까지만 해도 윤 전 총장 캠프 내부에서는 입당 일정이 공유되지 않았다. 오죽하면 캠프 관계자가 “금요일에는 보통 기자회견 안 하지 않냐”고 기자에게 반문할 정도였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들 역시 윤 전 총장의 입당 소식을 접하지 못해 “당 지도부가 없는데 상식적으로 오늘은 아닐 것”이라는 반응들이었다. 실제로 이준석 대표의 경우 호남 방문 중이었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휴가 중, 심지어 한기호 사무총장까지 일정이 있었다.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 당사를 방문,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이 윤 전 총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건 오전 10시가 넘어서였다. 권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8월이 마지노선이라고 윤 총장에 대한 당의 압박이 계속됐지만, 나는 애초 7월에는 입당해야 된다는 조언을 계속 했다”며 “그러나 30일에 이렇게 전격 결정을 하고 오후 2시에 공식 발표를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 역시 일정 중 기자들을 만나 사전에 조율이 된 것이냐는 질문에 “다소 오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8월에 출발하는 경선버스에 화답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만 에둘러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이 ‘일부러’ 당 지도부가 공석일 때 입당을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이 8월까지 입당하지 않을 경우 윤석열 캠프에 참여한 국민의힘 인사들을 모두 제명하겠다는 경고가 계속된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입당 압박에 떠밀린 모습을 피하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연일 이준석 대표가 입당을 촉구했는데, 경선 일정 직전에 입당하면 끌려오듯 들어오는 모습이 되지 않겠냐”며 “이 대표 등 당 지도부가 환영하는 모습까지 피하고 ‘오직 윤석열의 선택’이라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당 지도부가 없을 때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인 김씨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심해지고 지지율이 소강상태라는 것도 윤 전 총장의 결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특히 전날 이른바 ‘쥴리 벽화’ 논란을 두고 당내 친윤(석열)계 인사들이 일제히 윤 전 총장을 엄호하면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차원의 방어와 관련해 일종의 효능감을 느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본격적으로 네거티브전이 시작되면서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되고, 캠프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보다 당 차원에서 막아주는 게 효과적이라는 걸 본인이 깨달았을 것”이라며 “오늘 입당으로 친윤계 의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친윤계 의원들의 경우 당내 인사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향후 경선룰 논의 때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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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 자신은 입당 시점에 대한 질문에 “좀 더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을 더 갖고 싶었는데 한 달 동안 많은 분들 만나 뵙고 나니 그런 불확실성을 없애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캠프 내부에서는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입당 시점을 논의한 내용이 밖으로 새나가는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윤 전 총장에 대한 관심이 입당시점에만 한정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고 한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언제 입당하냐’는 소모적 의문이 드디어 해소됐다는 면에서 윤 전 총장에게도 좋은 일이고, 국민의힘은 명실상부한 야권 유일의 플랫폼이 됐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라며 “이제는 본격적인 후보들 경쟁을 위해 당에서도 여러 장치들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