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만명 죽었는데, 트럼프 활짝 웃은 이유
로나19 상황에 대한 6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 때 몇 차례 웃음꽃이 피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중환자실 입원 문제 때문에 미국 수뇌부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기자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검사를 받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거 아니며 웃어보였다. 이어 "미국의 코로나 검사 시스템이 아주 빠르고 매우 쉽다"며 "오늘도 주변 몇 사람이 검사를 다시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도 눈을 마주치며 "당신 정말 괜찮은 거냐"고 묻기도 했다.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받아 "저는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음은 물론이다. 늘 심각한 얼굴을 보여왔던 데보라 벅스 백악관 태스크포스 조정관도 이날 만큼은 간간이 미소를 머금은 표정을 보였다. 이전 브리핑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장면들이다. 이날 미국 언론은 미국의 코로나 사망자가 지난 1월 첫 확진자 발생이후 76일만에 1만명을 넘어섰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문제삼으며 비판의 고삐를 더욱 당겼다. 이 같은 분위기를 미리 안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침 자신의 트위터에 두 차례 메시지를 남겼다. "미국은 강하다"는 글을 올린 뒤에 1분 만에 다시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는 짧고 강렬한 글을 남렸다. 전날 백악관 브리핑 때 했던 말을 다시한번 글로 옮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올해 대선에서 경쟁할 정적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도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정말로 멋지고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그의 관점을 제시했고 나는 전적으로 그에 대해 이해한다"며 도량 넓은 모습까지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여유는 뉴욕증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3대 지수가 무려 7% 넘게 뛰어 올랐다. 전날 "이번주에 진주만 공습 때나 9.11 테러 때와 같은 힘들고 슬픈 순간이 있을 거"라던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장의 경고를 무색케할 만큼 올랐다.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의 코로나 사태가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존스홉킨스의 통계도 그런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전체적으로 새로운 감염자 발생 숫자를 보면 지난 4일 34,196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틀 연속 하회했다. 5일에는 25,316명으로 줄어들었고, 6일에도 30,331명에 머물렀다. 1일 사망자 발생 숫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4일 하루 1,330명이 숨졌으나, 5일에는 1,165명으로 떨어졌고, 6일에도 1,255명을 넘지 않았다. 6일 신규 확진자 및 사망자가 전날 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4일 보다는 낮은 게 분명하다. 이같은 통계는 그 동안 미국의 코로나사태의 심각성을 환기시켜왔던 뉴욕주의 통계와도 일치한다. 뉴욕주 사망자는 지난 4일 630명에 다다른 뒤 이틀 연속 주춤세다. 5일 594명이 사망했고, 6일에는 599명으로 500명 선을 유지했다. 코로나 사태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번 각을 세웠던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전날 "코로나바이러스 곡선이 정점에 근접했을 수 있다"며 처음으로 희망을 꺼냈다. 이날도 쿠오모 주지사의 브리핑에 배석한 뉴욕주립대 짐 말라트라스 총장도 "이런 통계는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잠정적으로 정점에 도달했거나 그 시작점에 와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는 예의 자화자찬이 더욱 장황하게 이어졌다.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 사태가 커진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준비 부족이라는 야당 지도부의 공격에 대해 "선거를 겨냥한 정치공세"라며 역공을 취하기도 했다. 우선 그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과거의 재난과 비교하면 결코 크지 않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돼지인플루엔자 H1N1 사태를 한번 보자"며 "그 때 17,000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정권에서 벌어졌던 그 재난도 182개 국가가 동시에 엄청난 규모(magnitude)로 공격 받고 있는 지금의 코로나 사태와 비교하면 '껌값(peanuts)'에 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