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 사건이죠. 바로 공군 이중사 사망사건.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최고 상급자를 포함해서 지휘라인을 엄중하게 처리하라’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저희가 유족 측의 변호사를 통해서 사건 전반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있었는데요. 오늘은 이런 군대 내 성범죄 사건을 없애기 위해서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어서 해병대 여군 대위 출신 한 분을 모셨습니다.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이세요. 방혜린 팀장 출연하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방혜린>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해병대 대위 출신이시죠?
◆ 방혜린> 네.
◇ 김현정> 그러시군요. 그럼 뭐 이번 사건을 선배로서 더 가슴 아프게 보셨을 것 같아요.
◆ 방혜린> 네. 같은 여군 입장으로서 사실 2013년 오 대위 사건도 그랬고, 2017년 해군 사건도 그렇고 성폭력 이후에 사망사고가 계속 반복되는 것이 사실 먼저 근무를 했던 선배 여군으로서 너무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고요. 지금 대통령까지 나서서 최고 상급자 라인까지 엄중히 문책을 하라고 지시를 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밝히고 나서의 상황이 더 악화된 것들이거든요.
◇ 김현정> 신고를 바로 다음 날 했어요.
◆ 방혜린> 네. 그런데 그 이후에 2차 가해가 더 심했던 거잖아요. 이번 기회에 반드시 군이 성범죄를 은폐하고 축소하려는 경향을 무조건 깨야 되는 것이고요. 군 합수단을 꾸려서 지금 검찰이 하겠다고 하는데 군 검찰에만 맡기지 말고 피해자가 보고하는 체계들, 그 다음에 피해자의 보호체계 중에 어디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반드시 그 지휘선상에 대한 책임들을 청문회를 통해서 밝혀야 되는 것이 있고요. 이를 바탕으로 특검까지 진행을 해서 이번에 군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은폐하려고 축소하려는 이런 사이클 자체를 깨야 된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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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신고 전에 문제와 신고 후의 문제를 좀 따로 봐야 된다는 말씀이에요.
◆ 방혜린> 그렇죠.
◇ 김현정> 신고 전에 벌어졌던 성추행, 성희롱, 성범죄에 대해서 한번 봐야 되고요. 그걸 신고했는데도 왜 이게 은폐가 벌어졌는지를 또 따로 봐야 되고요.
◆ 방혜린> 그렇죠. 그 부분이 사실 더 중요한 것이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군 출신이 나오셨으니까 제가 제일 궁금한 건요, 이번 이 부사관 중사 사건을 아주 이례적인 걸로 봐야 되는 건지, 아니면 군대 내에서 여군을 바라보는 삐뚤어진 시선? 문화? 이런 걸로 좀 확대해서 봐도 되는 건지요.
◆ 방혜린> 사건이 뉴스가 나고 동기들이랑도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요.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사실 이런 일들이 처음 있는 것도 아니고 늘 이런 일들이 반복돼 왔는데 왜 또 이번에 피해자가 죽어야 되고 신고를 했는데 아무 일도 처리가 되지 않고 이런 것에서 여군들이 굉장히 많은 좌절감들을 느끼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단순히 가해자 한 명을 악마화해서 될 일이 아니라 사실은 여군을 둘러싸고 있는 문제들, 폐쇄적이고 남성적인 조직문화에서 이 문제가 기인한 것이고요. 그러니까 피해자가 구제 절차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이름으로 이런 것을 막으려 했다라고 하는 것이 사실 가장 큰 문제인 것이죠.
◇ 김현정> 병사 간부 막론하고 군에서 남성 군인이 여성 군인들을 바라보는 어떤 시선? ‘어떤 존재라고 인식을 하는 것 같더라’라고 얘기들을 하세요?
◆ 방혜린> 동료 군인이라고 생각 안 할 때가 종종 있죠. 그런 것들을 피부로 느끼는 상황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회식 자리에서의 어떤 역할들을 요구를 한다든가 아니면.
◇ 김현정> 어떤 역할이요?
◆ 방혜린> 술,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회식을 가요. 저는 초급 장교예요. 임관을 한 지 얼마 안 된 소위, 중위 정도밖에 안 되는데 회식에서 상석에 있을 계급 라인이 아니거든요. 지휘관 라인이 있는데요. 그런데 굳이 제가 거기에 껴서 말을 해야 된다든가 건배를 제의해야 된다든가 그런 룰이 있는 거죠. 여군들한테 어느 정도.
◇ 김현정> 마치 술자리의 꽃처럼? 그 지휘부 옆에 앉아라?
◆ 방혜린> 그런 게 있죠.
◇ 김현정> 술 따라라?
◆ 방혜린> 그런 걸 대놓고 요구를 하지 않지만 앉으면 그럴 수 밖에 없는 거죠.
◇ 김현정> 지금 회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셨는데 안 그래도 이 숨진 부사관이 회식에 불려나왔어요. 야근까지 바꿔 가면서. 그런데 그 회식은 어떤 회식이었냐 하면 가해자 지인의 개업식이었어요. 개업식인데 야근까지 바꿔가면서 꼭 나와라. ‘이거 안 간다고 하면 안 되나?’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 방혜린> 그러니까 그런 제의를 할 수 있다라는 자체가 이 동료 여군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왜곡됐다는 거고요. 이걸 거절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내가 근무가 있습니다’ 아니면 ‘집에 일이 있습니다’라고 하고 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그거를 위해서 일종의 자기의 위력을 행사해서 바꿔놓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 중사님을 자기의 동료 여군이나 아니면 같은 조직원으로서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너는 내 꼬붕이고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야 돼’ 이런 것들이 같이 개입된 것이죠.
◇ 김현정> 그렇군요. 지금 이 가해자 말고도 다른 가해자가 또 있었다라고 추가 고소를 했습니다. 고소인이 한 3명 정도 되는데요. 그 피해도 역시 회식자리에서 있었다고 하고 지금 저희가 청취자 문자를 받고 있는데요. 제가 실명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민 모 님이 ‘저는 해군 출신입니다. 그 당시에도 회식에서 이런 추행은 비일비재했습니다’라고 하시네요.
◆ 방혜린> 회식에서 이런 문제들이 계속 나오니까 군이 어떻게 생각을 하냐 하면 ‘회식을 막으면 성범죄를 막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데 술은 좋은 핑곗거리가 되는 것뿐이지, 사실은 술 마셨다고 해서 있었던 나의 내면이 없어지거나, 없었던 나의 내면이 생기는 건 아니잖아요.
◇ 김현정> 핑계죠, 핑계.
◆ 방혜린> 다 핑계거든요. 그런데 이 핑계를 군사법원이나 군 내부의 송사 절차에서 너무 많이 인정을 해 준다라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신고 후로 가겠습니다. 신고를 했는데도 왜 이게 다 묵살이 되고 은폐가 됐는지요. 그 과정에서 ‘술 때문이잖아~ 너가 이해해! 술이 문제지, 사람이 문제야?’ 이런 얘기들이 나왔다는 거예요.
◆ 방혜린> 그렇죠. 무조건 나오게 돼 있습니다. 왜냐하면 ‘술자리의 실수다. 그 사람이 원래 그렇지 않은데 술을 마셔서 이성을 잃었다’ 그런데 아니거든요? 술을 마셨기 때문에 의도한 행위들이란 말이에요.
연합뉴스
◇ 김현정> 굉장히 모독적인 게 뭐냐 하면 그러면 술 마시면 남자들이 다 그렇게 성추행합니까? 여성이 또 남성 성추행합니까? 그건 아니거든요.
◆ 방혜린> 그렇죠.
◇ 김현정> 그거는 정말 핑계거든요.
◆ 방혜린> 그러니까 이게 사실 술이 이 사건을 불러오는 게 아니라 술을 마셨기 때문에 이 사람이 쉽게 의도를 낼 수 있다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회식에서 그런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이유다라는 말씀이에요. 또 궁금한 것인데요. 신고 후에 이번의 경우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여성이 행동을 했어요. 블랙박스를 가져다가 다 증거로 내밀고 또 바로바로 움직였습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은폐, 회유, 협박이 있었습니다. 한두 명인면 제가 이해하겠는데, 가해자 정도가 은폐했다고 한다면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물론 이게 잘했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아니, 어떻게 지휘라인이 다 은폐를 할 수 있냐고요.
◆ 방혜린> 그러니까 이게 지금 이런 문제들이 계속 반복되는 게 매뉴얼을 아무리 잘 짜 봐야 이거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성폭력에 너무 관대하잖아요. 그리고 관대할 뿐만 아니라 ‘이번만 잘 넘어가면, 이번만 무사히 넘어가면 우리 부대, 우리 사람들한테 아무 이상도 없는데’ 이런 식으로 계속 조직 내에서 무마를 하려고 하니까 사건들이 잘 드러나지도 않고요. 그걸 보던 옆에 다른 여군들은 ‘그럼 나도 피해를 신고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여군들도 남군들도 다 학습을 하게 되거든요.
◇ 김현정> 학습효과요?
◆ 방혜린> 네, 피해자는 신고를 더 안 하게 되고 가해자는 어떤 행위들을 하기가 더 용이해지는 사이클들이 이번 기회로 인해서 좀 깨야 한다는 거죠.
◇ 김현정> 가해자 하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지휘라인 전체에서 자신을 보호한다는 의미인 거예요?
◆ 방혜린> 그렇죠. 지휘라인 전체 자신을 다 보호하기 위해서인 거죠. 여기에 엮여 있는 모든 관계자들. 그리고 사건에 대해서 얘기를 하게 되면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했으면 피해자를 보호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때부터는 ‘누가 잘못했니’, ‘네가 잘못했니’, ‘네 책임이 있니 없니’ 이런 식으로 가게 되거든요.
그 사이에 피해자는 방치되게 되고 고립되게 되고 결국에는 피해자가 견디다 못해서 전출을 가야 되는 상황들이 이 사건뿐만 아니라 대부분 성폭력 사건에 다 이런 내용이 포함돼 있고요.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서 반드시 외부에서 이런 시스템 자체의 문제가 없었는지 명백하게 진단을 해야 된다. 그래서 저희가 청문회가 꼭 필요하다라는 얘기를 계속 하고 있는 것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이게 진급 사회라는 것, 진급이 너무나 중요한 사회라는 것도 한 몫해요? 이런 부분에서?
◆ 방혜린> 네, 그런 부분이 있죠.
◇ 김현정> 그러니까 조직적 은폐가 일어나는 것이 여기가 굉장히 닫힌 조직이고 진급을 중시하는 수직적인 라인이고, 이런 게 다 작용한다.
◆ 방혜린> 군이 또 굉장히 폐쇄적인 조직이고 그다음에 출신들끼리도 되게 뭉쳐져 있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사관학교면 사관학교, 학군이면 학군. 그렇다 보니까 자기 보전의 본능이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강하게 작용하거든요. 어떤 성폭력뿐만 아니라 어떤 피해를 얘기를 해도 ‘일단 이번은 넘어가자. 다음에 또 있으면 얘기를 해라’ 이런 식으로 계속 회유를 한다든가요.
◇ 김현정> 또 있으면 얘기를 해라?
◆ 방혜린> 그런 식이죠.
◇ 김현정> 그럼 쌓여야지, 몇 개는 돼야지 얘기가 되는 거예요? 마일리지처럼?
◆ 방혜린> 그렇게 풀어나가는 일들도 종종 있죠. 그러다 보니까 피해자들이 2019년 국방부실태조사를 보면 신고를 했는데 오히려 내가 피해를 받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회유를 받거나, 그만 하라고 했던 비율이 50%가 넘거든요.
◇ 김현정> 50%요?
◆ 방혜린> 완전히 망가진 조직인 거죠.
◇ 김현정> 전체 군인 중에 지금 여군의 비중이 얼마나 됩니까?
◆ 방혜린> 6~8% 사이입니다.
◇ 김현정> 6에서 8% 정도인데 동료로 보지 않는 문화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지금 군인권센터에서 이번에 또 밝혀낸 것 중 하나가 이것도 역시 공군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여군들의 특정 부위를 찍어온 사람이 밝혀졌다면서요?
◆ 방혜린> 네, 이 사건은 19전투비행단 사건인데요. 남군 가해자가 여군숙소에 침입을 해서 여군 숙소마다 문 따고 들어간 다음에 신체 부위나 아니면 속옷 같은 거를 촬영을 하다가 현행범으로 적발이 됐거든요.
◇ 김현정> 현장에서 잡혔어요?
◆ 방혜린> 현장에서 잡혔는데 이게 또 문제가 뭐냐면 이 가해자가 군사경찰 소속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가해자도 군사경찰이고 수사의 주체도 군사경찰이면 이 문제를 덮는 게 얼마나 용이한 환경이겠습니까? 결국 초기에는 피해자랑 가해자랑 분리하려는 노력이나 이런 것들이 전혀 없었다가 이제 사건이 진행되고 나서야 언론에서 알게 되니까 부랴부랴 다른 비행단으로 전출 얘기가 나왔고요. 그런 부분들이 저희가 봤을 때 굉장히 미비한 조치였다고 봤었고요.
◇ 김현정> 그 사람 몇 건이나 찍었어요? 핸드폰 압수했다면서요.
◆ 방혜린> 지금 저희가 피해자분이 알고 계시는 것만 다른 피해자까지 포함해서 대여섯 명이고요. 그런데 그 여군숙소에 대여섯 명 사는 건 아니잖아요. 비행단 전체가 살기 때문에 이 피해자가 어느 정도의 규모인 건지, 그다음에 이 촬영물이 만약에 유포나 반포가 됐으면 어디까지 간 건지, 이런 것은 지금까지 가늠이 안 됩니다.
◇ 김현정> 비밀이군요, 아직까지는.
◆ 방혜린> 포렌식이나 수사절차를 통해서 밝혀야 되는데 공군에서 계속 이런 문제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제대로 확인될 수 있겠냐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는 상황이고요.
◇ 김현정> 여러분, 이번에 목숨을 끊은 그 부사관 하나만의 아주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들 좀 인지를 하셨을 겁니다. 어떻게 앞으로 풀어가야 할지 대안을 좀 생각해 주시죠.
◆ 방혜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은 아까 몇 번 저희가 얘기가 나왔지만 이 남성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 자체를 사실은 바꿔야 되는 부분이 크고요.
◇ 김현정> 교육을 해야 되는 거예요? 인식 교육?
◆ 방혜린> 계속 꾸준히 인식 교육이 있어야 되고 더불어서 피해자가 신고를 했을 때 주변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2차 가해라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가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주변인들이 어떻게 노력해야 되는 것인가, 이런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고요.
세 번째로는 피해자가 어떤 얘기들을 했을 때 피해자를 외부의 시각에서 바라봐서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 예를 들면 군인권 보호관이 될 수도 있고요. 옴부즈맨 제도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신고를 하는 것들을 문민통제가 될 수 있는 시각 자체를, 시스템과 그런 것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오늘 해병대 여군 대위 출신이세요.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의 방혜린 팀장 만나봤습니다. 팀장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