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픈 반려견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앞 길가에 나앉아 수년간 모아온 수집 카드를 판매하고 나선 한 소년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그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8일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버지니아주 러셀 카운티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여덟 살 소년 브리슨 클리먼은 지난달 4일 집앞 잔디마당에 작은 책상을 펴고 ‘포켓몬 카드 판매’라는 문구가 쓰인 표지판을 세워둔 채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포켓몬 카드는 브리슨이 네 살 때부터 성탄절과 생일 등 기념일마다 부모에게 요청해 선물로 받아 모아온 것이었다. 포켓몬 카드는 스포츠 선수나 만화 주인공을 담은 트레이딩 카드 중 하나로, 미국에서는 이런 카드 수집이 유행하고 있다.
브리슨이 오랫동안 열심히 모아온 포켓몬 카드를 팔기로 한 것은 생후 4개월 된 반려견 브루스를 위해서였다.
브리슨의 엄마 킴벌리 우드러프(26)는 지난 3월 데려온 브루스가 지난달부터 밥을 제대로 못 먹고 잘 움직이지 않았다면서 동물병원에 데려가 보니 파보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브루스를 데려왔다는 우드러프는 반려견의 치료를 원했지만, 사흘간 드는 비용만 655달러(약 73만원)라는 병원 측 말을 듣고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가족 중 돈을 버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다. 우리 가정의 소득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우드러프가 남편과 브루스의 치료비 문제를 논의하자 이를 엿들은 브리슨이 “내가 돕겠다”며 포켓몬 카드를 팔겠다고 선뜻 나섰다.
우드러프는 아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지만, 브리슨은 다음날 포켓몬 카드를 학교로 가져가 5∼10달러를 받고 친구들에게 팔았다.
도롯가에 나열한 브리슨의 포켓몬 카드 수집품을 보기 위해 이웃들도 하나둘 모여들었다.
우드러프는 이 장면을 보고 “눈물이 났다”면서 아들이 그렇게 좋아하던 포켓몬 카드를 파는 모습에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이런 브리슨의 모습을 찍어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처음에는 아들의 노력에 힘을 보태주려던 것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왔다. 그에게 기부하고 싶다는 네티즌들의 연락이 쏟아진 것이었다.
이에 모금사이트 ‘고펀드미’에도 사연을 올린 우드러프는 “아이가 카드를 팔도록 하고 싶지 않다”면서 브루스의 치료를 도와달라고 썼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들은 그의 매대를 찾아 줄을 서가며 포켓몬 카드를 샀고, 결국 브리슨은 400달러(약 45만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우드러프는 “이 중에는 돈만 주고 카드는 가져가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면서 또 이웃 몇 명은 돈 대신 자신들이 수집한 포켓몬 카드나 반려견에 필요한 용품을 주고 갔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브리슨의 수집품보다 더 많은 것들을 주고 갔다.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포켓몬 카드를 판매하는 회사에 일하는 한 직원은 브리슨에게 희소가치가 있는 카드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에 브리슨은 “믿을 수 없다. 정말, 정말, 정말 신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우드러프가 고펀드미를 통해 최근까지 모금한 돈은 1만3천500달러(약 1천500만원)가량이다. 브루스 치료비를 위한 목표액 800달러(약 90만원)보다 10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에 우드러프는 자신처럼 반려동물의 치료비를 대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 나머지 모금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현재 브루스는 치료를 받고 집에서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다.
우드러프는 “여덟 살 아들의 행동이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면서 “정말 굉장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