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됨에 따라 ‘집회의 자유’와 ‘방역 대응’의 조화 문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서울시는 12일 집회금지 조치 기준을 기존 10명 이상에서 100명 이상으로 완화하고, 방역수칙 준수도 명문화했다. 경찰은 주어진 기준에 따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당국의 조치에 그간 대규모 집회 입장을 고수해왔던 보수단체들은 집회 개최 기준 완화에도 또 다시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어, 집회를 둘러싼 ‘2라운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조정된 이날 ‘집회금지 조치’ 기준을 기존 10명 이상에서 100명 이상으로 완화했다.
100명 미만이 참가하는 집회라도 △체온 측정 △명부 작성 △마스크 착용 △2m 이상 거리 두기 등 7개 항목의 방역수칙을 준수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21일부터 서울 전역에서 10명 이상 모이는 집회를 금지한 바 있다. 그보다 앞서 코로나19 ‘심각’ 단계였던 지난 2월부터는 광화문광장 등 도심 곳곳을 인원과 상관 없이 ‘집회금지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번의 경우 서울 도심 곳곳 집회 금지구역은 그대로 유지하되, 인원수만 10명 이상에서 100명 이상으로 조정한 셈이다.
한글날인 지난 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불법 집회에 대응하기 위한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사진=황진환 기자)’100명’ 기준에 대해 서울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기준을 준용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당시도 집회에 있어서만큼은 3단계 기준을 적용해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했다”며 “코로나19 확산을 감안해 집회는 불가피하게 단계를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이러한 기준은 지난 8·15 집회 이후 코로나19 확산 ‘홍역’을 거치며 정립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전에는 집회 금지 지역만 있었을 뿐, 집회 금지와 관련한 인원 기준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는 ‘집회’가 아닌 ‘집합'(2단계는 50인 이상 실내·100인 이상 실외 집합 금지, 3단계는 10인 이상의 집합 금지) 기준을 규정한다. 집회는 뜻이 같은 인원이 모이고 당국에 사전 신고해야 하지만, 집합은 뜻이 같지 않아도 모일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8·15 집회를 거치면서 결국 집합 제한 인원 기준을 집회 제한 인원 기준에 적용하게 된 셈이다.
경찰은 서울시의 조치에 발 맞춰 집회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광화문 등 도심에서의 집회금지 조치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감염병예방법상 예방 조치와 집회시위의 기본권이 잘 조화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청장은 지난 3일 개천절과 9일 한글날 당시 ‘과도한 공권력’ 논란이 일었던 차벽 설치에 대해서도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서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향후 주어진 기준과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것만큼은 약속드린다”고 했다. 집회 개최 기준이 완화됐지만 불법 집회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셈이다.
이밖에 경찰은 집회금지 기준이 100명 이상으로 조정된 것과 관련 이미 금지를 통고한 일부 집회가 열릴 수 있도록 별도로 안내하는 등 행정 조치를 하기로 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한편 보수단체들은 당국의 집회 완화 방침에도 또 다시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8·15광화문국민대회비상대책위원회 등 보수단체들은 이날 내부 회의에 들어간 상태다.
한 보수단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헌법에 정해진 집회시위의 자유를 시의 행정명령으로 인원 기준을 정하는 것은 말 그대로 헌법 위반”이라며 “100명 기준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인원과 상관없이 대규모 집회를 신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보수단체인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새한국)은 오는 17일 ‘드라이브 스루’ 차량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개천절, 한글날이 지났지만 보수단체들은 4·15 부정선거를 주제로 대국민 저항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새한국 측은 “4·15 선거부정 이슈는 대법원이 보전신청한 투표함을 개봉하겠다고 하고 있어 늦어도 11월 7일 전에 선거부정 여부가 드러날 것”이라며 “대법원이 끝내 투표함을 개봉하지 않으면 전면적인 저항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드라이브 스루’ 집회의 경우에도 집회 기준에 맞춰 100대 이하로 시행해야 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의 기준 등이 지켜진다고 하면 개최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법이 준수되면서 개최될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