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들이 ‘잡코인'(부실 코인)을 속속 정리하고 나섰다.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까지 업비트와 빗썸에서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코인들을 포함하면 두 거래소의 원화 마켓에 상장된 코인 225개(중복 제외) 가운데 17개가 다음 달 중순 전에 사라질 전망이다.
업비트는 지난 18일 오후 6시 26분 24종 가상화폐의 거래지원 종료(상장 폐지)를 공지했다. 이들 코인은 오는 28일 12시에 상장 폐지된다.
이 가운데 원화 마켓(시장)에 상장한 코인이 10개다. 이들 거래가 종료된 이후 업비트 원화 마켓에 남는 코인은 102개로, 열흘 전인 18일과 비교하면 코인 18%가 사라진다.
거래 지원 종료가 결정된 나머지 14개 코인은 비트코인(BTC) 마켓(총 161개 상장)에 상장된 코인들로, 마켓 코인의 10% 가까이가 증발한다.
앞서 업비트는 이달 11일 코인 5종을 원화 마켓 페어에서 제거하고 총 25종 코인을 거래유의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공지했다. 업비트는 이 25종 코인 가운데 베이식(BASIC)을 제외한 나머지 24종의 거래 지원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업비트는 픽셀(PXL)과 피카(PICA)의 경우 “투자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유통 및 시장 매도 등이 확인됐고, 이에 대한 소명 과정을 진행했으나 업비트의 강화된 판단 기준에 따라 해당 행위는 회복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로 최종 판단했다”고 밝혔다.
비에프토큰(BFT), 뉴클리어스비전(NCASH), 플리안(PI), 리피오크레딧네트워크(RCN), 아라곤(ANT) 등에 대해서는 소명을 요청했으나 별도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업비트는 나머지 코인 16종을 폐지한 사유로는 ‘업비트의 거래 지원 기준 미달’을 꼽았다.
베이식의 유의 종목 지정 유지를 두고는 “베이식 팀의 소명을 바탕으로 법률적인 검토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업비트에 이어 거래대금이 두 번째로 많은 빗썸도 상장 폐지에 나섰다.
빗썸은 정부의 코인 시장 관리 방침이 나온 지난달 28일 원루트 네트워크(RNT) 거래 지원을 종료하고 고머니2(GOM2), 소다코인(SOC) 등 2종을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어 17일 애터니티(AE), 오로라(AOA), 드래곤베인(DVC), 디브이피(DVP) 등 코인 4종의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빗썸은 “재단의 소명 내용을 포함해 검토했으나 향후 사업 방향이 불투명하고 상장 유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빗썸 가상자산 투자유의 지정 정책에 따라 거래 지원 종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픽스(APIX)와 람다(LAMB) 등 코인 2종을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빗썸은 자체 정책에 따라 공지한 날로부터 30일 동안의 유예 기간을 거쳐 가상자산에 대한 재단의 소명, 계획 등을 검토하고 투자 유의 지정 해지 또는 거래 지원 종료 여부를 결정한다.
거래대금 규모로 국내 5위 안에 드는 프로비트는 지난 1일자로 145개 코인을 원화 시장에서 상장 폐지했다.
이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잡코인 정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거래소들은 오는 9월 24일까지 실명계좌 등의 요건을 갖춰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른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상장된 코인 종류가 많으면 ‘안정성’ 측면에서 감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거래소들은 거래 코인 수를 계속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관리에 나서면서 시장은 얼어붙는 모양새다. 이날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종가는 4088만 5천원으로 전일 대비 2.29% 떨어졌다. 전날 오후에는 비트코인 4천만원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더리움도 이날 업비트에서 종가가 255만 6천원으로 전날보다 3.07% 떨어졌다.
한편 은행권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할지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은 현재 각각의 실명계좌 제휴 관계인 업비트, 빗썸·코인원, 코빗에 대해 ‘가상자산 사업자(가상화폐 거래소) 자금세탁 위험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은 이 거래소들의 ISMS(정보 보호관리체계) 인증 여부, 금융관련법률 위반 이력, 고객별 거래내역 구분·관리 여부 등 법적 요건이나 부도·회생·영업정지 이력, 거래소 대표자·임직원의 횡령·사기 연루 이력, 외부 해킹 발생 이력 등 사업 연속성 관련 기타 요건을 문서나 실사 등의 방법으로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