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신학기가 1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에 있는 중국 유학생들의 중국 입국 문제가 한중간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5일부터 한국 교민과 유학생들에게 비자를 내주고 있지만 하루 300여 명에 그치고 있고 무엇보다 이들을 실어 나를 항공편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중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 수는 4만 7천 명에서 5만 명 정도다.
그런데 중국 유학생의 90% 가량은 한국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수 유학생들이 지난 겨울방학과 설을 맞아 한국에 입국했고, 나머지도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귀국했다가 묶인 상태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고 한국도 세계적인 방역 모범 국가로 인정받으면서 한중 양국은 경제인들에 대한 신속통로를 연 데 이어 지난 5일부터는 거류증을 소지한 교민들과 유학생들에게도 비자를 내주고 있다.
이에 따라 한중 하늘길이 열리기를 고대하던 교민들과 유학생들이 비자를 신청하면 비교적 짧은 3~4일 안에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영사부 앞에서 시민과 외국인들이 업무를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그러나 수도 베이징에서 유학하는 학생만 2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하루에 발급되는 비자는 300여건 정도에 그치면서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 교민사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비자 발급을 위해 길게 줄을 서는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비자를 받아도 중국 입국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 한·중간 항공편 운항 횟수는 주 16회에 불과해 비행기표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다.
좌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외에서 입국하는 중국인들이 한국을 중간 경유지로 이용하면서 한국에서 중국으로 오는 항공편 좌석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바람에 인천-베이징 편도 항공 요금이 평소 2, 30만 원이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200만 원 이상으로 10배나 뛰었다.
부족한 항공편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주중 한국대사관, 각 지역의 총영사관, 교민사회가 팔을 걷어 부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코로나가 뉴노멀이 된 만큼 정부와 우리 대사관 등은 정기항공편 확대보다는 전세기 등 부정기 항공편 확보를 통해 유학생과 교민을 이송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인에게 비자를 발급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입국하는데 필요한 항공편도 마련해야 한다고 중국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한편 텐진, 상하이, 광저우 등 주요 지방 정부와의 개별 접촉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해 활발한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국 대학들의 개학일이 다르고 유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지침도 조금씩 달라 학생들이 반드시 이달 말까지 중국에 들어와야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보니 한국에 있는 유학생들의 가슴을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학생들은 학생비자가 만료돼 다시 발급받아야 하는데 학교에서 서류를 발급받아야 하는 등 번거로운 게 한둘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한 유학생은 지난 1,2월에 기숙사에 짐을 놓은 채 한국에 왔는데 한 학기는 봐줬던 학교에서 짐을 빼라고 해서 현지 업체를 통해 짐을 빼는 친구들도 있다며 머리 아픈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베이징 모 대학에서 공부 중인 아들과 함께 지난 1월 한국에 들어온 이후 못 나가고 있는 한 사업가는 아들도 들어가야 하는데 학교에서 아직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그동안 몇 번의 작은 고비를 거치며 안정을 찾아가던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악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6일 하루에 22건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지만 본토 확진자는 없고 모두 해외 유입 사례라고 밝혔다.
해외 유입자를 통한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을 크게 경계하고 있는 중국에게 한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은 중국 입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유학생과 교민의 입국을 늦출 빌미를 줄 수도 있다.
유학생과 교민들의 중국 입국을 위해서도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또다시 퍼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