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10~20kg을 감량했으며 건강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문책을 당했을 가능성이 유력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당 군수공업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최근 문제가 됐던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해킹 공격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담당 직원이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아 북한 해킹에 노출됐다고 전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김병기·하태경 의원은 8일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이 이같이 보고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중대 사건’ 정체는 “국경 개방 위한 소독 미흡”…군 수뇌부 줄줄이 문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27주기를 맞아 노동당 고위간부들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참배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덕훈 내각 총리 등 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김 위원장와 함께 맨 앞줄에서 함께했다. 연합뉴스국가정보원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동향에 대해 “최근 10~20kg 정도 체중을 감량하고 정상적 통치 활동을 한다”며 “몇 시간씩 회의를 주재하고 있고, 걸음걸이 등도 활기차다”고 보고했다.
김여정 부부장에 대해서도 “외교안보 분야를 총괄하고 있고, 당 정치국 회의에서 공개 연단에 등장해 민생 문제를 토론하는 등 내치에도 적극 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옆자리에 앉은 현송월 부부장의 마이크까지 끌어다가 2개를 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언급된 ‘중대 사건’의 정체는 평안북도 의주의 방역장 소독시설 가동준비 미흡과 전시 비축미 공급지연, 관리실태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됐다. 국정원은 “국경 개방을 위해 소독을 해야 하는데, 소독 거점을 기존에 군 비행장으로 쓰던 의주비행장으로 했지만 소독시설 가동 준비가 미흡해서 국경을 개방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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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정원은 북한이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방역 장기전을 선포했고, 북중 국경 일대에 감시 초소를 늘리며 차단물까지 설치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현재까지 북한 내 대규모 코로나19 발병 징후 등은 없다고 한다.
이 문제가 거론된 확대회의에서 리병철은 상무위원 해임·선거 등 장면에서 거수 의결을 할 때 박정천 총참모장과 함께 고개를 떨군 채 의결에 참여하지 못하는 모습이 조선중앙TV 화면에 포착된 적이 있다.
국가정보원은 8일 공개된 고 김일성 주석 27주기 참배 사진으로 판단할 때 리병철이 상무위원에서 해임, 군수공업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는 항공 및 반항공군(공군) 사령관 출신으로 전략무기 개발을 총괄하는데, 군수공업부장은 그가 지난해에 임명됐던 보직이기도 하다.
박정천 총참모장은 이 사진에서 원수가 아니라 차수 계급장을 달고 나타나, 강등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정원은 그가 총참모장직 자체는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국정원은 거수 표결에서 아예 자리를 비웠던 최상건 당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은 퇴임이 확실시되며, 참배에서 1년 만에 공식 석상에 나온 최선희 외무성 1부상은 대미 실무 협상 총괄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북한, 원자력연구원·KAI 해킹했다…대우조선해양은 ‘돈 노린 협박’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 내부 시스템의 북한 해킹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 의원은 원전·핵연료 원천기술 보유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내부 시스템에 북한 해커 추정 세력을 포함한 13개 외부 IP의 비인가 침입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윤창원 기자한편 최근 문제가 됐던 한국원자력연구원 해킹 사건과 관련해서 국가정보원은 “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6월 1일 피해를 신고받고 조사 중”이라며 12일 정도 북한에 노출됐다고 보고했다. 해킹 수법으로 보아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도 전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코로나19 등으로 재택근무를 하며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했는데, 국가정보원이 서버 관리자의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 공격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KAI 또한 서버 관리자가 비밀번호를 제때 변경하지 않아 해킹 공격에 노출됐으며, 이 역시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며칠 동안이나 노출됐는지는 조사 중이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11월 북한이 아닌 제3국 해킹 조직에서 직원 PC를 통해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해킹, 가상화폐로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해킹 자료를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지난 6월 7일에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PC 2대가 감염된 사실이 확인돼 조사에 들어갔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또한 지난해 자료가 일부 유출됐다고 한다. 국정원은 “최근 사이버 공격이 (해킹 목표에 대해) 민관군을 가리지 않는 추세이며 민간을 통해 국가기관을 공격하는 사례도 있는다”고 보고했다.
“남편 ‘오빠’라 부르지 마라”, “쌀 1kg 4천 원 이상 팔면 총살” 내부 단속 강화
2015년 평양 시내에서 다정하게 걷고 있는 젊은 연인의 모습. 연합뉴스한편 북한은 사회 내부를 통제하기 위해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퍼진 ‘남한식 말투’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보다 공세적으로 사회주의 수호전을 진행하라”고 주문했고, 이에 따라 젊은 층들의 옷차림과 말투 등을 단속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남편을 ‘오빠’라고 부른다거나, 연인을 ‘남친’, 창피하다를 ‘쪽팔리다’, 그리고를 ‘글고’ 라고 부르는 젊은이들의 말투를 “혁명의 원수”라고 규정하며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례가 언급됐다. 남편은 ‘여보’, 연인은 ‘남동무’ 라고 해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에서도 손위 남자 형제를 부를 때 ‘오빠’ 또는 ‘오라버니’라 하지만, 남편을 부를 때도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는 남한 언어문화의 영향이다.
뿐만 아니라 남한식 옷차림과 함께 길거리에서 끌어안는 등 애정표현을 하는 행위도 단속하며, 길거리 가판과 노점을 금지하고 개인이 운영하던 상점을 국영 상업망으로 흡수하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은 전했다.
하지만 북한 내에서 쌀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장마당에서는 쌀 1kg당 4천 원, 옥수수 1kg 2천 원을 넘는 가격으로 판매하면 총살하겠다며 단속을 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고, 장마당 단속원 등을 폭행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국정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