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하락세를 겪고 있는 시카고 고급주택시장

매입가 절반 돼야 겨우 팔려나가

지난 2022년 시카고에서 마이애미로 이주한 억만장자 금융가 켄 그리핀은 13일 시카고 콘도 두 채를 원래 가격보다 약 53% 낮은 가격에 팔았다. 일간지 더 가제트(The Gazett)에 따르면, 그리핀은 지금까지 시카고 부동산 7채중 4채를 모두 할인된 가격에 팔았고, 5번째 부동산을 850만 달러에 매각하려 한다.

그리핀은 “시카고 부동산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우리가 잘못된 정치 지도자를 선출한 대가의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시카고를 떠났다.

시카고의 고급주택들도 최근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BA 슈퍼스타 마이클 조던은 지난 9월 32,000제곱피트 교외저택의 가격을 절반으로 낮춘 후 10년만에 구매자를 찾았다. 링컨파크 지역에 있는 한 고급주택은 8년 전 매도가격이 5천만 달러로 공개된 후 지난 8월에 천 5백만 달러에 팔렸다.

고급 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아메리코프의 매트 래리시 매니징 파트너는 “고급 주택 시장에서 최소 10년 동안 가치가 하락했다.”며, “일부 고급 주택은 처음부터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했고 많은 셀러가 여전히 팬데믹 이전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중개업체 콤패스의 올해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소 1000만 달러에 팔린 838채의 주택 중 시카고에 있는 주택은 단 2채에 불과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135건, 맨해튼에서는 121건,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에서는 29건의 매물들이 팔려 나갔다. 힌스데일의 한 주택은 지난 8월에 700만 달러에 매물을 내놓았으나 600만 달러에 매각됐다.

올해 9월까지 시카고 지역에서 최소 400만 달러 상당의 주택 매물이 63건 나왔으며, 그중 31건이 시카고 시내에 있다. 시카고 부동산 중개인 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한 수치로 54건의 거래 중 26건이 다운타운 안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켄 크리핀이 떠난 후 시카고 최고 부호 자리는 월마트 창업자의 손자 루카스 월튼에게 넘어갔다.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알려진 월튼의 유일한 부동산은 2022년 월튼과 그의 아내가 토지 신탁을 통해 170만 달러에 매각한 링컨파크의 주택이었다. 이는 이들 부부가 2013년 매입했을 당시와 거의 같은 금액이었다.

시카고 고급주택 중개인들은 구매자가 돌아온다면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롤라팔루자 음악 축제, 나스카르(NASCAR) 경주, 민주당 전당대회 등 여름에 열린 주요 행사가 큰 사고 없이 진행되면서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일리노이 부동산 중개인 협회의 9월까지 데이터에 따르면 시카고 주택 중간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상승했으며, 주택이 시장에 나온 기간은 평균 24일로 2023년의 27일에 비해 크게 늘었다. 그리핀의 콘도 판매를 담당하는 에밀리 삭스 윙 에이전시는 “여름을 보낸 후 구매자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왔고 도시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심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