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달러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 논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우리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을 무리하게 집행하면 자칫 부작용을 부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시기를 앞당겨 곧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애초 연준은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세를 보이는 한편 인플레이션 압력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연준이 곧 테이퍼링 논의를 시작해 이르면 연말 혹은 내년 초부터 통화 긴축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2차 추경 예산의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당에서는 최대 30조원 규모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5차 재난지원금을 추진하고 있고,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등도 거론하며 추경의 판돈을 키우고 있다.
비록 아직 국내 인플레이션율은 2%대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추경을 통해 시중에 자금이 풀릴수록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금리 인상의 압력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테이퍼링 논의 끝에 미국 금리가 오르면 자본 유출 등을 막기 위해 국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커지는데, 추경을 통해 유동성이 대거 유입되면 금리 인상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이필상 특임교수는 “현재 돈이 많이 풀린 상태인데, 추경으로 또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르고,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가계·기업 부채가 연쇄부도 위험에 처하면서 경기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자면 정부의 지원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원하는 등 지난해보다 지원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김소영 교수는 “추경 없이도 4% 이상 경제 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많이 회복된 상태”라며 “재정 확장 정책을 무리하게 펼치면 오히려 경기가 과열돼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기고, 자산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을 하더라도 어려운 부분에만 선별적으로 한다면 부작용이 덜할 것”이라며 “대규모 재정 정책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고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겪었지만, 업종·개인별로 회복 속도가 다른데도 정부가 일괄 지원할 경우 부작용 위험이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전성인 교수는 “수출, 제조업 분야는 경기회복세가 빠른 정도를 넘어 활황 수준이지만, 내수 중심 업종 등 코로나19 피해업종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 측면에서도 예를 들어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번 사람까지 도울 필요는 없을 테니 선별지원이 맞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지난해 연초에는 지원금 대상을 선별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전 국민을 지원해야 했지만, 이제는 업종별 명암이 뚜렷하고 관련 통계도 충분히 모였다”며 “거시적으로는 금리를 올리고 긴축의 시그널을 보내고, 어두운 곳에는 재정 정책을 통해 지원하는 양동작전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