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여성 연방 하원의원으로 선출된 메릴린 스트릭랜드(58·워싱턴주·민주당·한국이름 순자) 의원이 한복을 입고 취임 선서를 한 ‘사건’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외신은 스트릭랜드 의원의 3일(현지시간) 취임선서를 하루 지난 4일까지 보도하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미국 의회 전문지 ‘더힐’은 4일 오후 ‘스트릭랜드 의원이 한국의 전통복장인 한복을 입은 채 의회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한국계 미국인이자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한복을 입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깊은 의미가 있다. 한복은 내가 물려받은 문화적 유산을 상징하고 우리 어머니를 명예롭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국가, 주, 그리고 국민의 의회에서 다양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더 큰 증거이기도 하다”는 스트릭랜드 의원의 입장을 실은 7개 문장으로 된 짧은 기사였다.
그런데 이 기사가 2시간 만에 6천여 회나 공유되고, 댓글도 170여개나 달렸다.
우리의 일베로 보이는 악의에 찬 ‘댓글러’들의 인종차별적 글도 보였지만 미국 의회의 다양성의 신호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보인 댓글도 많았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그녀의 ‘한복 선서’에 대한 미국 소셜미디어의 여론을 다음과 같이 상세히 전했다.
“미국 의회에서 한복을 보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표현할 길이 없다. 고맙다.
“환상적이다. 대표성이 중요하다.”
“한복을 입고 선서하는 사진을 보니 2021년이 영광스럽게 더 나은 해가 될 것 같다.
“굉장한 장면이다. 역사책에 실릴 만한 강력한 사진이다.”
이 매체는 이날 기념식은 역사상 가장 많은 유색인종 대표자들이 취임선서를 했다며 미국 의회의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USA투데이도 이번에 새로 구성된 미국 의회에 대해 121명의 여성의원, 124명의 유색인종이 일하게돼 역사적으로 다양성이 높아진 의회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첫 한국계 여성의원 3명(메릴린 스트릭랜드, 영 김, 미셸 스틸) △첫 흑인 게이 의원들 △첫 미국 원주민 출신 공화당 의원을 사례로 들었다.
스트릭랜드 트위터한편, 스트릭랜드 의원은 한국인 어머니 김인민씨와 미군인 흑인 아버지 윌리 스트릭랜드 사이에서 1962년 9월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인이 된 이후 보험회사와 광고회사, 스타벅스 등에서 근무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우연히 만난 시애틀 시장의 권유로 MBA 과정을 마친 뒤, 타코마 시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이후 2010년 첫 동양계이자 흑인 여성으로 타코마 시장에 당선해 2018년까지 재직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난 해 곧바로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한국 그리고 한국인 어머니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는데 그 동안 주저함이 없었다.
그는 타코마 시장 시절인 2016년 워싱턴대학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나라에 이민자로 온 엄마의 힘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그녀의 회복력과 인내력, 강인함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 노스웨스트 아시안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절반은 한국인, 절반은 흑인인 여성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한국 이름 ‘순자’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