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고 카불 공항 밖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을 곤봉으로 구타하고 하늘을 향해 총을 쏘며 위협하는 상황에서 7명이 숨졌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전날 수천 명이 피난 항공기를 타기 위해 카불 공항으로 몰린 가운데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영 국방부는 “현지 조건이 매우 어렵지만, 가능한 한 안전하고 확실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지난 일주일 동안 최소 20명이 공항 인근에서 숨졌다고 집계했다. 목격자들은 일부가 총에 맞아 숨졌고, 일부가 압사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공황상태에 빠진 아프간 시민들은 탈레반의 보복과 20년 전처럼 가혹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통치할 것을 두려워하며 피난 항공기를 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탈레반 지도자들은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점령한 이후 온건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정부 구성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반(反)탈레반 무장투쟁도 아프간 북부 판지시르 계곡 인근 3개 구역을 확보하며 힘을 키우고 있다.
‘판지시르의 사자’ 아마드 마수드는 로이터통신과 전화 인터뷰에서 “탈레반은 협상을 통해서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판지시르 계곡의 요새에서 정규군과 특수군, 지역 민병대원으로 구성된 병력을 확보했다. 이들은 탈레반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미국은 민간 항공기를 동원해 피난민을 대피시킬 계획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많은 미국인들이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안전한 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대피한 사람들을 수송할 수 있도록 6개 민간 항공사에 협조를 명령했다. 미 국방부는 유나이티드 항공과 아메리칸 항공, 델타 항공 등에서 18대의 항공기를 소집해 피난민을 유럽과 중동, 아시아의 임시 거점으로 수송할 예정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간 피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총 대피 규모는 5만~6만5천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현재까지 1만7천여 명이 대피를 마쳤다. 카타르와 바레인, 독일 등에 있는 미군기지는 이미 과밀 상태다.
따라서 미국 내 버지니아주 포트 피켓, 인디애나주 캠프 애터베리, 캘리포니아주 캠프 헌터 리겟 등과 함께 한국과 일본, 독일, 코소보, 이탈리아 등의 미군 기지를 피난민 수용 시설로 검토하고 있다.
주한미군 리 피터스 대변인(대령)은 특별한 지시를 받은 게 없다면서 “임무 수행 지시를 받으면 미 국무부와 국방부, 한국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