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중국의 슈퍼컴퓨터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반하는 활동에 쓰이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 슈퍼컴퓨터 운영 기관과 관련 기업 등 총 7곳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이번 제재는 일견 트럼프 행정부 후반기에 당시 툭하면 내려졌던 기업에 대한 제재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밝혔듯이 “슈퍼컴퓨팅 능력은 핵무기 및 극초음속 무기와 같은 많은 현대 무기와 국가 안보 시스템의 개발에 필수적”이어서 중국에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이 첨단 기술에서 아직 미국을 완전히 따라잡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의 선진 기술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미래 패권 경쟁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그러나 중국에서 나오는 반응은 ‘쿨하다’ 못해 호기롭기까지 하다.
글로벌타임스 캡처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즈는 8일 자국 기술 기업에 대한 미국의 끊임없는 제재는 중국의 첨단 기술 개발 속도를 방해하지 못할 ‘모기 물음’에 불과하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하며 허세를 부렸다.
메이신위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소 연구원은 이번에 미국이 부과한 제재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새로운 제재 부과가 아닌 기존의 제재를 강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베이징의 한 무역 전문가는 “슈퍼컴퓨터가 최첨단 무기와 군사, 우주항공, 빅데이터 등에 쓰이기 때문에 중국에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미국이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게 하자 화웨이가 당당 힘을 못쓰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번 제재가 중국에 중단기적으로는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쿨한 반응과 달리 중국도 물론 이번 일을 충분히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술자립만이 미국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미 간파했기 때문이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중국중앙TV 캡처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달 5일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2035년까지 AI, 퀀텀 컴퓨터, 반도체 등 7대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리 총리는 “관건 핵심 기술 프로젝트 분야의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며 “10년 동안 칼 하나를 가는 정신으로 핵심 영역에서 중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로 기술자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의 이번 중국 슈퍼컴퓨터 업체 제재는 ‘또 한 번 모기가 무는’ 수준을 넘어서 정곡을 찌른 ‘핀셋’ 제재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이 입을 타격을 현재로서는 수치화하기 힘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기초체력을 키워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메이신위 연구원이 글로벌타임즈에 한 말의 반은 맞는 셈이다. 그는 “미국의 제재 강화는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및 컴퓨팅과 같은 분야의 기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자체 연구 개발 노력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