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코로나19 확산 지역을 중심으로 마스크 의무화를 도입했지만 이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일부 시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긴급 명령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결정한 사안이다.
25일(현지시간·이하 동일) 마스크 의무화를 결정한 시 당국은 “코로나19는 코와 입에서 나오는 호흡기 비말로 퍼지는 것으로 보인다. 무증상자 역시 호흡과 대화, 웃음, 기침, 재채기를 통해 코로나19를 퍼뜨릴 수 있다”며 “코로나19 공동체 확산 가능성을 제한하기 위해 일반적인 공동체 보건, 안전, 복지 관련 규제를 계속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지역위원회에 참석한 일부 시민들은 격렬한 반대 의견을 내놨다. 한 시민은 “나는 속옷을 입지 않을 이유와 같은 이유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개인의 자율성 보장에 반하는 일임을 강조했다.
마스크 의무화 규제를 ‘범죄’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한 시민은 “(마스크 사용을 강제한) 의사들은 반인륜적인 범죄로 체포당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어떤 시민은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것이 ‘헌법’ 위반임을 지적하며 “우리 말은 듣지도 않는다. 나는 국가를 위해 죽을 것이고, 헌법을 지키기 위해서도 죽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밖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면 어린 아이들이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확진자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마스크 착용 요청을 거부하는 난동 역시 계속되고 있다.
텍사스주 댈러스 소재의 마트에서는 최근 한 고객이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는 직원의 권유를 거부하면서 카트에 담았던 물건들을 집어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난동을 부리는 손님의 모습은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에 그대로 담겼다.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점은 이미 한국과 대만을 중심으로 아시아 여러 국가들의 방역 대책을 통해 증명됐다. 미국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통제 불능 상황이 계속될 경우, 하루 확진자가 10만명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파우치 미 국립보건언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30일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는 지금 하루에 4만여명의 신규 환자가 나오고 있다. 지금 상황을 되돌리지 못하면 하루 10만명까지 올라가도 난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마스크 의무화를 추진한 플로리다를 비롯해 텍사스·캘리포니아·애리조나 등 4개 주가 신규 확진자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는 지금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또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계속해서 큰 곤경에 처하게 되고, 많은 상처를 입게 될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왜 미국 국민들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일까. 단순히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문화 때문이 아니라 자치 중심인 정치사회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한양대학교 김성수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초기부터 자율적인 개인들이 모여 자치 개념 아래 탄생한 국가다. 긴 역사 속에서 국가가 체제를 주도해 온 유럽, 아시아 등지와는 다르다”면서 “사회 구성원들이 체제를 확립하다보니 국가의 인위적 규제보다는 ‘헌법’이라는 합의된 가치에 따라서 움직인다. 마스크 의무화에 거부감이 생기는 이유도 그래서다”라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마스크 의무화 역시 개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다만 경험을 통해 필요성이 확대되면 서서히 규제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있다.
김 교수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각 개인의 경험을 거쳐 인지가 확대되면 공감대가 이뤄지고, 그럼 행동으로 옮겨간다. 사실 미국 지도층들도 사회가 180도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냥 그런 단계를 거쳐 서서히 수용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