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에 한국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법안’이 처음 발의됐다.
연방 하원 외교위 소속 브래드 셔먼 의원(민주당)은 20일(현지시간) ‘한반도 평화 법안’이라는 이름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 동안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제출된 적이 있으나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기 위한 구체적 실행에 나서도록 미국 정부를 사실상 강제하는 ‘법안’이 미국 의회에 제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법안은 한국전의 공시적인 종식의 필요성에 대한 상당히 자세하게 배경설명을 적시했다.
법안은 우선 “1953년 7월 27일 연합군, 북한군, 중공군 3자간에 체결된 정전협정이 전쟁종식도 평화정착도 가져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에 나서기로 천명했다는 점, △바이든 정부도 최근 마련한 새로운 대북정책을 통해 북미간 협상의 목적은 한반도 평화라는 싱가포르 선언을 지지한다고 밝힌 점을 들면서 “한국전 종식을 달성하기 위한 지속적이고 신뢰할만한 외교 과정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전쟁의 추구는 미국과 우방국의 국익에 맞지 않는다”면서 “한국전쟁이 지속되고 있음에 따라 미국은 북한과 정상적인 관계를 갖지 못하고 이로 인해 10만 명에 이르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북한 가족을 만날 기회를 차단시켰다”고 비판했다.
법안은 이와함께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북미 양국은 한국전 공식 종료, 외교 연락사무소 상호 설치 등을 논의했지만 핵문제와 미사일 문제 때문에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며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활동은 국제 평화와 안전에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법안은 따라서 “미국 국무장관은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전환을 위해 남북한과 긴급한 외교적 관여에 나서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법안은 국무장관의 의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그로부터 180일 이내에 한반도 영구 평화협정을 달성하기 위한 △명확한 로드맵 △협상 개시 요건 △협상 당사국 △협상 체결 걸림돌 등을 포함한 보고서를 연방 상하원에 제출해야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법안은 △싱가포르 합의에 따라 국무장관이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는 점,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계 미국인들이 북한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의 변경 또는 적용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점도 촉구했다.
이번에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셔먼 의원은 캘리포니아를 지역구로 하는 의원으로 1997년 하원에 진출한 이래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17차례 당선된 거물급 정치인이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하원 외교위 내 동아태소위의 위원장을 지내기도 하는 등 한반도 문제에 큰 관심을 가진 지한파로 통한다.
한편, 2019년 2월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민주당 로 카나 의원이 하원에 제출한 종전선언 결의안은 52명의 서명을 받았으나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때문에 이날 셔먼 의원이 제출한 법안의 본회의 통과 가능성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평화를 옹호하는 진보적 색채를 지닌 의원들이 다수 의회에 진출한데다 민주당 정권에서 제출됐기 때문에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더욱이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외교적 관여에 나서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대북접근에서 미국 의회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북한과의 그랜드 바긴을 추구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에서 갈수록 힘을 발휘하고 있고 그에 따라 공화당내 대북인식도 일부 바뀌고 있는 점도 법안 통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