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일본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이에 앞서 일본 지진 발생을 예고한 글이 있어 뒤늦게 재조명받고 있다.
해당 글은 지난 11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로 일본과 대만에 큰 지진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성자는 “최근 지진상황을 예의 주시중인데 오늘 바누아투와 인접한 뉴칼레도니아에서 7.7 규모 거대지진이 있었다”며 “그게 일본·대만과 무슨 상관이냐고 하겠지만 지구의 지각은 판과 판으로 연결돼 있어 마치 연쇄적 도미노 효과가 나는 것”이라고 지진을 예견했다.
그러면서 “바누아투 법칙이라는 게 있는데 바누아투 지역에 지진이 나면 1~2주 사이 그와 동일한 규모의 지진이 대만이나 일본에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틀 뒤 후쿠시마 앞바다에 강진이 발생하면서 누리꾼들은 해당 게시물에 “성지순례 왔다”며 댓글을 줄지어 달기도 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그렇다면 일본의 지진은 실제 ‘바누아투 법칙’이 적용된 것일까?
바누아투 법칙을 믿는 이들은 ‘뉴질랜드-통가-바누아투-필리핀-대만-일본’으로 이어지는 ‘바누아투 라인’에서 지진이 연동하고 있으며 ‘바누아투 라인’에 속한 국가들 간 지진발생 연관성도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팩트체크한 결과, ‘바누아투 법칙’은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환태평양조산대 일명 ‘불의 고리(ring of fire)’ 때문에 생긴 우연의 일치일 뿐, 과학적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빨간선으로 표시한 바누아투 라인. 소박사TV 캡처고려대 김성룡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16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바누아투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그 근처나 (바누아투)라인에서 지진이 또 발생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바누아투)라인 지역에서는 매일 6.0 규모 지진이 몇개씩도 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진이 지금까지 난 분포를 쭉 찍어보면 이 선(바누아투 라인)이다. 선 자체가 판 경계를 따라 이어지고 있어 지진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를테면 ‘올 여름에 비가 온다’고 예측하면 100% 맞는 이야기가 되는 것과 (바누아투 법칙은) 거의 유사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바누아투 법칙의 근거인 ‘바누아투 라인’은 지진발생이 활발한 환태평양조산대(불의고리)의 모양과 거의 일치한다.
200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발생한 전세계 규모 6.0 이상 지진 발생 지역을 살펴봐도 불의고리 부근 지진 발생모양은 ‘바누아투 라인’과 매우 유사하다.
강원대 장성준 지구물리학전공 교수는 “(후쿠시마 지진 이전) 뉴칼레도니아 부근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지만 ‘불의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에서 이같은 강진은 1년에도 몇 번씩 발생한다”며 “후쿠시마 지진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바누아투 라인으로 알려져 있는 지역 자체가 지질학적 특성상 지진에 취약한 ‘불의고리’ 위치와 거의 일치해 통계학적으로 크고 작은 지진이 활발하게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일본 지진과의 과학적 연관성은 매우 낮다는 설명이다.
부산대 김광희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도 “최근까지도 큰 지진이 나면 전조현상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대부분 과학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며 “바누아투나 파푸아뉴기니 같은 (불의고리)인근 지역은 섭입대 영향을 받아 10년 전 동일본대지진 같은 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는 지역”이라고 밝혔다.
섭입대는 판구조론에서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은 판이 밀도가 낮은 판 아래로 밀려 들어가는 곳을 지칭하는데 이런 경우 판끼리 충돌해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틱톡 캡처실제 불의고리 지역에서는 북서방향으로 움직이는 태평양 판이 유라시아 판, 필리핀 판, 인도-오스트레일리아 판 밑으로 섭입하고 있어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김광희 교수는 이어 “일본이나 대만보다 바누아투 지역에서 훨씬 큰 규모의 지진이 아주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지진활동이 꾸준한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다른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기상청 관계자 역시 “지진재해는 예보가 불가능한 재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