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NDC)를 지난해 조정한 데 이어 목표를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청와대 상춘재에서 ‘기후목표 증진’을 주제로 진행된 기후정상회의 첫번째 세션에 화상으로 참석해 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해 올해 안 유엔 제출”…美에 적극 협력 신호
지난해 이미 한국은 NDC를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고 절대량으로 목표를 상향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배출전망치(Business As Usual·BAU: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배출량) 기준으로 세워진 목표를 절대량인 감축량 기준으로 바꿔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선정방식만 다를 뿐 목표치는 5억 3600만t으로 나아진 게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문 대통령이 감축 목표치를 추가로 늘려 제시하겠다고 국제사회에서 공언한 것이다.
국제사회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실행계획을 함께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유럽연합 등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탄소중립 선도 대응국으로 자리잡기 위한 감축량 상향을 공약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미국과 일본 또한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감축 목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문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고,세부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같이 약속했다.
이어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담아 NDC를 추가 상향하고자 한다”며 “한국은 2018년에 온실가스 배출의 정점을 기록했고, 이후 2019년과 2020년 2년에 걸쳐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0% 이상 감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해외 석탄발전 공적 금융 지원 중단 결정은 이미 G20과 OECD 회원국 중 11개국과 국제금융기관들이 선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한국의 정책금융기관들도 이에 발맞춰갈 예정이다. 대신 재생에너지 기술개발을 위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출범 후 국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허가를 전면 중단하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열 기를 조기 폐지하여 석탄화력발전을 과감히 감축했으며,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개최 서울 P4G 정상회의 홍보에도 열 올린 文
문 대통령은 이날 화상회의를 첨단 차세대 디스플레이(T-OLED)로 꾸민 청와대 경내 전통한옥 상춘재에서 참여했다. 2021 서울 P4G 정상회의(녹색성장 및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디스플레이에는 한국의 사계절 영상이 담겼다.
이 뿐 아니라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재생 원단으로 제작된 친환경 넥타이를 착용하는 가 하면 해양쓰레기 씨글래스(폐유리)를 활용한 P4G 공식 라펠 핀을 착용해 홍보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오는 5월, 서울에서 ‘제2차 P4G 정상회의’가 열린다”며 “한국은 개최국으로서 실천 가능한 비전을 만들고, 협력을 강화하는 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2차 P4G 정상회의’가 오는 11월 COP26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미-중 갈등 속 기후회의…바이든·시진핑 첫 화상 대면
한편, 이번 기후정상회의는 한국을 포함해 주요경제국포럼(MEF) 17개 회원국과 아태, 중동, 유럽, 미주 등 각 지역의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해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다지는 자리다. 이번 세계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열렸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기로 하면서 미-중 정상의 첫 화상 대면 자리가 만들어져 더욱 주목 받고 있다. 미-중 갈등 상황 속에서도 기후변화를 위한 강대국들의 협력의 장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