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라늄 채굴과 정련, 농축 등 핵 활동을 지속하는 동시에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상당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고 유엔이 지적했다.
또 사이버 공격을 통한 가상화폐 탈취와 거래소 해킹 등 제재 회피를 위해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금지한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제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대북제재 상황에 대한 반기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미국과의 약속에 따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중단하고 있지만 평산의 우라늄 채굴과 정련시설,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여전히 가동 중이며, 경수로 건설작업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영변 핵시설에 있는 5MW 원자로의 가동 징후가 확인된 것은 없고, 해당 원자로에서 사용한 핵연료봉이 재처리 시설로 옮겨졌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회원국들이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또 북한이 지난 5월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 시험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북한이 ‘신형전술무기’라고 부른 미사일은 북한의 고체연료 생산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한 기동성이 증가된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5월 4일과 9일에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은 비행궤적을 감안할 때 미사일 방어체계를 뚫을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 것이라면서 이런 기술들은 중거리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황해북도 황주군의 삭간몰 미사일 기지에는 지하시설로 연결되는 2개의 갱도 입구가 포착됐고, 북한이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진 양강도 회정리 ICBM기지의 지하시설 개발도 진전이 이뤄지는 등, 북한이 분산, 은폐, 지하화된 탄도미사일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반기보고서는 또 북한의 사이버 공격 활동이 새로운 자금줄이 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북한은 가상화폐 관련 채굴은 물론 해킹 기술을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대북제재위는 판단했다.
사용자의 컴퓨터를 감염시켜 몰래 가상화폐를 채굴해서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의 서버로 보내도록 하는 크립토재킹(cryptojacking) 수법이 적발된 바 있고,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직접적인 해킹 공격도 빈번히 이뤄졌다.
보고서는 특히 우리나라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이 2017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차례에 걸쳐 수천만달러를 탈취당했고, 유빗과 코인이즈 등의 거래소도 해킹을 당했다는 언론보도를 적시했다.
현금자동입출금기를 관리하는 시스템에 악성코드를 심어 5시간 이내 최소 20개 국가에서 북한관련 인사들에게 1만회에 걸쳐 현금출금이 이뤄지도록 하는 수법을 쓰기도 했다.
이같은 가상화폐거래소와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북한 정찰총국은 지난 2015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최대 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조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의 전문가 패널에서 활동했던 스테파니 클라인 알브란트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이버) 공격은 노트북 컴퓨터와 인터넷 접속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저위험 고수익에 해당한다”며 북한이 사이버 공격에 집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북한이 제재 회피를 위해 동원하는 가장 전형적 수단인 공해상 선박간 불법 환적도 수법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고 이를 통해 금지된 북한의 석탄 수출이 지속되고, 정제유도 유엔 결의가 정한 한도를 훨씬 초과해 수입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보고서에는 북한이 위성의 감시를 피해 고깃배인 것처럼 위장한 피더선을 활용해 불법 환적에 나서는 수법이 공개되기도 했다.
북한이 나미비아, 르완다, 우간다 등 아프리카 국가와 중동의 이란, 시리아 등과 계속해서 군사협력 관계를 이어가면서 특수부대 훈련, 무기 판매 등에 나서고 있으며, IT 기술자들이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에 파견돼 외화벌이에 동원되고 있다고 제재위는 지적했다.
또 만수대창작사의 그림 해외 판매, 어업권 중국 판매 등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에는 한 유엔 회원국이 북한이 최종 목적지로 추정되는 벨라루스와 러시아산 보드카 10만병을 압류한 적이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차로 보이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2대가 5개 나라를 거쳐 북한으로 반입된 사실이 적발되는 등 안보리 결의가 금지한 사치품 구매도 여전하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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