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상들이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고 있지만 중국 시진핑 주석은 아직 침묵하고 있다.
시 주석은 고사하고 중국 외교부도 공식 멘트를 내놓지 않고 있다. 9일 오후 외교부의 정례브리핑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미 대선과 관련한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관영 매체들을 중심으로 바이든의 당선을 기정사실화 해가면서 ‘바이든 시대’에 미중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이든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시각은 애국주의 성향의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즈를 통해 드러난다.
‘미중 관계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노력을 포기하지 말라’는 사설 제목. (사진=글로벌타임즈 홈페이지 캡처)이 두 매체는 이날 “미중 관계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노력을 포기하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바이든 시대의 미중관계를 전망했다.
두 매체는 사설에서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고강도 갈등이 미중 관계의 환경을 재설정했다면서 바이든이 대통령직을 물려받아도 중국에 대한 압력을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 민주당 정권이 신장과 홍콩 문제를 인권 차원에서 접근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사설의 제목을 ‘환상을 갖지 말라’고 뽑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사설을 자세히 읽어보면 애국주의 성향의 두 매체조차도 트럼프 시절보다는 바이든 시대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설에서는 바이든이 전염병 방역에서 중국과 협조할 가능성이 높고 기후변화 문제에도 공동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두 이슈에 대한 독특한 접근으로 중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미국이라는 나라의 점수를 엄청 깎아 먹었다.
두 매체의 사설은 경제와 무역 측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처럼 중국 압박을 계속할 수는 있겠지만 실용적인 조정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민주당이 가치에 대한 고집이 더 세지만 단순한 가치의 차이로 전략적 대결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승리연설 마치고 두 손 치켜든 바이든 당선인. (사진=연합뉴스)그러면서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동맹 체제를 이용하려면 동맹국의 지지를 받아야 하지만 중국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동맹국이 동맹 강화를 위해 중국과 대결하려고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신문의 결론은 중국은 바이든이 미중관계를 완화시키거나 반전시킬 것이라는 환상을 품어서는 안되며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켜서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거의 현실이 된 ‘바이든 시대’의 생존법일 수는 있지만 트럼프의 재선이든 바이든의 당선이든 미중관계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던 기존 스탠스와는 다소 차이가 감지된다.
글로벌타임즈는 이날 바이든 당선자와 중국의 인연을 소개하는 기사도 실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은 부통령 시절이던 2011년에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겸손한 모습으로 시내 한 식당에서 국수를 먹었다. 식당 주인은 바이든을 ‘오래된 친구’라고 불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