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가 10일(현지시간) 미 공화당 대선 경선 레이스를 중단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뉴햄프셔 윈덤에서 열린 행사에서 선거운동 중단을 발표했다.
그는 “내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길이 없다는 것이 오늘 밤 나에게 분명하다”며 “이것이 바로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을 중단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당장 다른 후보를 지지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과거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측근으로 분류됐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자 비판 대열에 올라섰다.
외신들은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퇴진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장 노골적으로 비판했던 인물의 퇴장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경선 포기는 공화당 두 번째 경선이 벌어지는 뉴햄프셔에서 실망스런 여론조사가 나온 뒤에 결정됐다.
전날 나온 CNN·뉴햄프셔대 여론조사(지난 4~8일, 1864명을 대상)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39%, 헤일리 전 대사가 3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12%에 그쳤다.
또한 그는 이날 밤 예정된 공화당 경선 후보 4차 토론회에도 ‘자격 미달’로 초대받지 못했다.
앞서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일각에서 제기한 ‘경선 사퇴’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하면서도 “후보자의 인격을 보고 투표해달라.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솔직히 나에게 투표하라는 뜻은 아니다. 당신은 좋은 성격의 후보를 선택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하차로 그의 지지율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게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지난 경선 과정에서 “헤일리는 2028년을 노리고, 트럼프의 부통령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지난 2016년도 공화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 참여했다. 하지만 뉴햄프셔 경선에서 6위에 그치자 경선 하차를 선언한 뒤 추후 트럼프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뉴햄프셔를 찾아 유권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기서 지면 나는 지는 것”이라고 배수진을 치면서도 “8년 전에 내가 배운 것은 집에 가면 잠시 기분이 좋지 않지만 아침에 해가 뜨면 이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하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8명이 나섰던 공화당 대선 경선은 이미 사퇴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팀 스콧 상원의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를 빼고 현재로선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가 남았다. [CBS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