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피소 가능성을 사전 인지했다는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피해자 측이 “박 전 시장이 스스로 알고 있었던 사실이 은폐되어 왔다는 것”이라며 “책임자들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에 대해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피해자 A씨를 지원하는 여성단체·시민사회계가 모인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은 30일 입장문을 통해 “우리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박 전 시장이 스스로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그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고, 문제되는 행동을 떠올렸다. 해당 행위가 성폭력일 수 있음을 알았고 시장직을 던져야 할 일임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어 “박 전 시장이 성폭력일 수 있는 행위를 행했고 피해자가 존재하는 것, 사직해야 할 문제였단 점을 비서실장, 기획비서관, 젠더특보가 최소한 똑똑히 들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 책임, 피해자에 대한 사죄는 조금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박 전 시장이 사망한 뒤 50만명이 넘는 시민들의 반대서명에도 ‘5일장’을 결정한 것, 당시 고한석 서울시 비서실장이 박 전 시장의 유언장은 공개하면서 사망 경위는 공개하지 않은 점, 서울시가 유가족의 입장에 서서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거나 근거없는 내용의 유포는 삼가달라’고 당부한 점 등을 모두 비판했다.
여성단체 관계자를 통해 박 전 시장 피소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까지 흘러들어갔다는 검찰 측 입장에 대해서도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변호인, 지원단체, 공동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은 피해지원 요청과 지원내용에 대해 외부에 전달한 바가 없음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밝힌다”고 못박았다.
이한형 기자공동행동은 “피해자 변호인 김재련 변호사는 7월 7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에게 박 전 시장 고소 예정을 알리며 피해자 지원을 요청했으나 구체적 사건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으며 피해자에 대해선 이름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 소장은 서울시 특보로부터 ‘무슨 일이냐’, ‘기자회견을 하는 것인지,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인지 알려주면 안되겠냐’ 등의 질문과 메시지를 받았지만 함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지원단체는 사건의 성격과 규모, 위험성을 판단했을 때 다른 지자체장 성폭력 사건을 함께 대응한 바 있는 모 단체와 공동지원할 필요성을 타진했지만, 서울시 특보 연락을 받은 뒤 이 단체 대표가 친분이 있는 의원에게 ‘김 변호사의 지원요청 사실’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즉시 해당 단체를 배제, 어떤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피해자에 대한 지원활동에서 제외된 해당 단체 측에 이와 관련해 소명과 징계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원단체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상황이 전달됐을 가능성과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은 본격적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졌고,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수사기관에 의뢰하고 진술할 권리, 공적 사법판단 및 처벌을 통해 분노하고 용서하며, 회복될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찰, 검찰, 청와대는 모두 고소사실 유출을 부인한 것으로 보이고 검찰은 해당기관들의 경위와 답변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며 “경찰이 청와대에 주요사항을 직보하는 것은 관행이고, 이번 검찰 발표에서도 ‘증거가 없다’고만 돼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력성폭력이나 고위직에 의한 피해를 고소하는 피해자에겐 제대로 고소가 가능한지, 제출된 자료가 비밀유지될 수 있는지 여전히 불안한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전 시장의 피소사실 유출의혹을 수사해온 서울북부지검은 이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사실이 여성단체 관계자와 국회의원을 통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됐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