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건 매우 어렵다.전 세계의 과학자와 제약회사가 40년 넘게 이 일에 매달렸지만, 모낭과 신경, 지방 등을 모두 갖춘 피부세포를 배양하는 덴 실패했다.
이런 소기관이 없으면 정상적인 피부라고 할 수 없다. 체온 조절, 촉각 등 기능에 장애가 생기고 외모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 과학자들이 마침내 털이 나는 온전한 피부 조직을 오르가노이드(organoids)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오르가노이드는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배양한 소형 유사 장기나 조직을 말한다.
관련 논문은 6일 권위 있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카를 쾰러 박사는 “진피층과 상피층을 동시에 길러내는 배양법을 발견했다”면서 “두 피부층이 오르가노이드에서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모낭, 지방세포, 신경세포 등이 형성됐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8년 생쥐의 줄기세포에서 털이 나는 피부 조직을 만드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성인의 피부에서 떼어낸 세포를 배아세포로 역분화 시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했다.
이것으로 길러낸 오르가노이드에서 진피와 상피가 함께 발달했고, 70일이 지나자 모낭이 싹트기 시작했다.
오르가노이드는 또한 촉각을 전달하는 신경뿐 아니라 피부 근육이나 지방과 비슷한 것도 형성했다.
최근 연구에서 피부의 지방은 상처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촉각 세포로 불리는 ‘메르켈 세포(Merkel cell)’도 오르가노이드에 생겼다.
표피 기저층의 예민한 부위에 존재하는 이 세포는 피부암의 일종인 ‘메르켈 세포암’과 관련이 있다. 이 세포 배양 기술이 암 치료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에 이 기술을 시험해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탈모 치료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쾰러 박사는 “이식용 모낭을 거의 무제한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라면서 “하지만 면역 거부 반응을 피해 개인 맞춤형 모낭을 만들려면 1년 이상이 걸릴 테고 비용도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